데뷔 16주년에도 찬란한 이준호의 계절, 여전했던 5년만 콘서트[공연보고서]
[뉴스엔 황혜진 기자]
"콘서트장에 있는 저와 여러분은 처음 만난 그때 그 모습처럼 여전한 것 같습니다."
가수 겸 배우 이준호는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다시 만나는 날'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이준호가 2019년 3월 진행한 'JUNHO THE BEST IN SEOUL'(준호 더 베스트 인 서울) 이후 5년 만에 연 국내 솔로 콘서트다. 지난해 7월과 8월 펼친 일본 솔로 아레나 투어 '마타 아에루 히'(다시 만나는 날) 연장선이기도 하다.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개최된 이번 콘서트 티켓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공식 팬클럽 선예매를 통해 전석 매진되며 이준호의 막강한 티켓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이준호는 추위를 뚫고 시간과 마음을 나눠 준 팬들을 위해 이틀간 잠실실내체육관 각 입장 구역 부근에 관객 전용 쉼터를 설치해 깊은 팬 사랑을 드러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렬한 함성 속 등장한 이준호는 공연 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다시 만난 날' 한국어 버전으로 이날 공연의 막을 올렸다. 첫 무대만으로 현장을 압도한 이준호는 "'다시 만나는 날'은 5년 전 있었던 제 공연, 2년 전 있었던 'Before Midnight'(비포 미드나잇)의 후반전이다. 지난해 있었던 일본 투어를 파이널로 하게 되는 공연"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준호는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아주 열심히 불을 질러 보겠다"며 "사실 어제 역시 몸이 부서져라,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어제 반응도 너무나 인상적이었지만 오늘 여러분의 함성 소리는 지금까지 들어봤던 것과 다른 것 같다. 공연하는 내내 저조차도 소름을 돋을 정도니까.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지금 저 너무나도 행복하다. 왜? 여러분 덕분에"라고 말했다.
이준호는 이날 2015년 첫 솔로 베스트 앨범 'ONE'(원) 수록곡 'Pressure'(프레셔), 2017년 발표한 일본 미니 1집 'CANVAS'(캔버스) 수록곡 'Nobody Else'(노바디 엘스), 지난해 11월 29일 발매한 싱글 'Nothing But You (Korean Ver.)'(낫띵 벗 유 (한국어 버전)), 2PM 정규 3집 'GROWN'(그로운) 수록곡 'Love Song'(러브 송)과 '원점으로', 두 번째 솔로 베스트 앨범 'TWO'(투) 수록곡 'Next to you'(넥스트 투 유), 'Ride up'(라이드 업) 등 25개에 달하는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11년간 투어를 통해 합을 다져 온 라이브 밴드 연주에 맞춰 선보인 생생한 라이브도 빛났다.
2008년 9월 4일 2PM 'Hottest time of the day'(핫티스트 타임 오브 더 데이)로 데뷔한 이준호는 올해 데뷔 16주년에 접어들었다. 그간 2PM 멤버로서 데뷔곡 '10점 만점에 10점'을 시작으로 '하.니.뿐.', 'I'm Your Man'(아임 유어 맨), 'Again & Again'(어게인 앤 어게인), 'Without U'(위드아웃 유), 'Heartbeat'(하트비트), '니가 밉다', 'Hands Up'(핸즈 업), '우리집' 등 숱한 곡을 히트시키며 K팝 대표 아이돌로 승승장구했다. 2013년에는 숱한 가수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손꼽히는 도쿄돔에 입성하는 등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대중의 인정을 받으며 올라운더 아티스트로서 활약 중이다. 이준호는 2013년 데뷔작 '감시자들'을 필두로 영화 '스물', tvN 드라마 '기억', KBS 2TV '김과장',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JTBC '기름진 멜로', tvN '자백' 등을 통해 연기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남궁민과 정우성, 전도연, 설경구 등 관록의 선배들 사이에서도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해 눈길이 가는 후배로 꼽힌다.
2021년 3월 전역한 이준호는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사도세자 아들이자 영조 손자인 정조 이산 역으로 호연을 펼치며 드라마 흥행을 이끌고 '2021 MBC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에는 다시 한번 주연으로 나선 JTBC 드라마 '킹더랜드'로 세 차례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웹사이트 내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른 데 이어 '2023 APAN STAR AWARDS'(2023 에이판 스타 어워즈)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준호는 "올해 가수로서 16주년이 됐고 솔로 가수로서는 11년 차가 됐다. 배우로서도 11년 정도가 됐는데 콘서트를 하면서 가장 의미 있고 뿌듯하다고 생각하는 건 11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분과 콘서트를 하는 동안 작사, 작곡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요새는 큰 자랑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5년에는 'INSANE'(이준호 홍지상 공동 작사 작곡)이라는 노래를 썼다. 그때는 여러모로 음악적 시도를 하고 싶었고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런 심오한 노래도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준호는 "전 참 복 받은 것 같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정식으로 솔로 앨범을 낸 적이 없는데 팬 분들께서 이 공간(잠실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라며 미소 지었다.
솔로 앨범을 내 달라는 관객들의 요청에는 "물론 저도 좋은 곡과 좋은 타이밍이 있다면 언제든 내고 싶다. 근데 이게 참 쉽지만은 않더라. 항상 노래를 써 보면서도 좋은 노래인지 모르겠고 '여러분이 좋아해 주시면 됐지'라며 하기에는 모두가 좋았으면 좋겠고 진짜 아무거나 냈다가 '이건 좀..'이라고 하시면 어떻게 하나.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좋은 곡으로,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때가 있다면 꼭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지난 15년간 부지런히 달릴 수 있게 한 최고의 원동력인 팬들에 대한 진심도 꺼내 보였다. 이준호는 "저한테 있어 지난 15년은 정말 바빴던 것 같다. 그룹으로서, 솔로 가수로서 투어도 해 보고 배우로서 여러 작품에 참여하며 진짜 쉴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준호는 "이제 와서 이야기하지만 그 양면을 다 해내기가 정말 쉽지만은 않았다. '제가 열심히 했으니까 칭찬해 주세요' 이런 건 아니다. 진짜 쉽지 않았는데 그 사이사이 정말 큰 힘이 됐던 건, 참 감사하게도 운이 좋게도 큰 복을 받았던 것처럼 늘 그룹 활동도, 솔로 활동도, 배우 활동도 참 많은 사랑을 해 주셨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이제 와서 빼지는 않겠다. 저도 물론 잘했다.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제가 잘나서 잘했다는 게 아니라 열심히 잘 분배하면서 여러분께 항상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모습들을 보이고 싶다는 제 성격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16년, 짧게는 일주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길고 짧은 시간 동안 진심으로 다해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제가 건강하게 올곧게 바로 서 있을 수 있게 절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Fine'(파인)에 얽힌 추억도 되새겼다. 2017년 발매한 미니 1집 'CANVAS'(캔버스) 수록된 이 곡은 하늘나라로 떠난 고양이 별 반려묘 람모를 추모하고자 이준호가 홀로 가사를 쓰고 홍지상과 공동 작곡한 노래다.
이에 대해 이준호는 "지나가는 시간의 소중함,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 우리 팬 분들이 될 수도 있고 스태프들이 될 수도 있고 항상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요새 많이 느낀다. 사실 바쁘다 보면 주위를 챙기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저한테 아픈 노래이기도 했고 한동안은 제가 기획하고 만든 뮤직비디오를 쳐다보지 못 했다. 근데 지금 와서 마주할 수 있게 된 노래"라며 "모두가 그런 소중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이준호는 이번 공연에서 직접 작사해 지난해 11월 3일 발표한 싱글 'Can I'(캔 아이) 한국어 버전 무대도 이번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해 특별함을 더했다. 'Can I'는 이준호가 일본 솔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고자 지난해 7월 발표한 노래다. 이준호는 이날 공연 내내 곳곳의 관객들과 부지런히 눈을 맞추며 소통을 이어갔고, 관객들 역시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하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Can I' 무대를 마친 이준호는 팬들과 함께 숨을 고르며 "사실 저 역시 두들겨 맞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어제와 오늘 이틀밖에 없는 공연을 위해 힘써주고 계신 팬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 사랑에 힘입어 다음 노래를 들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공연 말미 이준호는 "저도 16년 차가 되다 보니까 어느 정도 묵직한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 와중에도 이렇게 콘서트를 하고 있으면 정말 이곳에 있는 저와 여러분은 아직도 한참 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만나는 날' 가사처럼 처음 만난 그때 그 모습 그대로라고 느끼는데 과연 여러분도 그러한지 그런 궁금함이 드는 요즘이었다. 확실하게 공연을 하다 보니 우린 여전한 것 같다"고 밝혔다.
관객들의 'Next to you'(넥스트 투 유) 슬로건 이벤트와 떼창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준호는 "이렇게 공연이 끝이 났다. 참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것도 정말 당연한 게 아니다. 여러분께서도 시간과 정성을 쏟아 오시는 콘서트이고 저 역시도 여러분께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또 절 더 갈고닦는다.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은데 마치 당연한 듯이 절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해 주시고 이렇게 마지막에 이벤트도 해 주시고 정말 감사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준호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한테 하는 말이 이 말밖에 없다. 건강하라는 말이다. 어렸을 때는 나 왜 건강한데 왜 건강하라고 하는 거지 싶기도 했다. 누구한테는 지금 당장 건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전 만나는 모든 친구, 동료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정말 건강히 자기 자신을 잘 지키라고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저 역시도 요즘 그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아까도 감사하게도 앨범을 내고 투어를 하라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그게 언제가 될지 정말 잘 모른다. 어쩌다 보면 또 좋은 노래가 있어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어쩌다 보면 새로운 작품으로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며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닌데 어디선가 예능에 나온다든지 유튜브로 무엇인가를 한다든지 혹은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을지 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이준호는 "여러분께 한 가지 약속드리고 싶은 건 여러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저에게 건강히 응원을 해 주시는 그대로 계셔 주신다면, 또 언제든지 절 원하신다면 전 어떠한 형태로든 여러분 곁에 존재하고 싶다. 그게 당장 여러분 눈앞에 보이는 무엇이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작다고는 하지 말아 달라. 시간이 흐르고 저도 단순히 치기 어린 모습으로 활동했던 어렸을 때의 제가 아니다 보니 요즘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그런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단순히 쓰고 싶지도 않다. 여러분의 행복과 귀감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저로서 잘 가꿔 나가겠다"며 "이 자리를 가득 메워 주신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까지 이준호였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호는 데뷔 3년 차였던 2010년 SBS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해 "인기는 계절이다"라는 말을 활동 모토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 인기에 조급함을 느꼈다면서도 "천천히 여유를 갖고 내공을 쌓다 보면 나중에 언젠가 내 계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마음가짐을 토대로 매사에 열과 성을 다함으로써 사시사철 빛나는 최정상급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보이는 곳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변화와 성장을 멈추지 않으며 찬란하고 선명한 '이준호의 계절'을 만들어낸 이준호가 새해 다시 만난 팬들과 또 어떤 값진 추억들을 새겨 나갈지 주목된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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