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훈의 위험한 생각] 미래 교육이 총선보다 절실한 이유
30년전 수능으로 줄세워
대학 미래 인재양성 막아
4월 10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고, 국가 운명이 결정되는 것같이 다들 이야기한다. 총선에 뛰어든 정당과 정치인은 당사자 일이니 그럴 수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똑같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4년 임기 국회와 5년 임기 대통령제 정부의 계승으로 국가가 진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임기제 정치일정은 시대정신으로 불리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보다 더 절실한 것이 시대정신에 맞는 미래의 기획이다.
대한민국 미래 기획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66달러에서 2022년 3만3000달러로 70년 만에 약 500배 증가했다. 경제규모 세계 13위, 수출 점유율 6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배터리 생산 점유율 5위의 선진국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동아시아 끝자락의 자원빈국이 사람의 힘 그리고 사람을 키운 교육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을 키우는 문제에 위기가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0%인 0.6명대의 출생률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사람으로 일어선 나라가 사람 부족으로 주저앉는 현실에 당면했다. 결혼과 출산 적령기인 20·30대는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가격, 육아, 사회복지와 아울러 과도한 교육비 부담 문제를 꼽고 있다. 교육으로 올라선 나라가 교육 문제 때문에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이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 해결과 미래 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이 먼저 변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에서의 한 간담회에서 K문화가 성공한 배경으로 정부의 비개입을 거론한 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현재 우리 교육에는 교육부의 개입이 지나치다. 역사 속에서 국가 교육제도가 학교를 살리고, 산업 발전 역군을 양성해 오늘의 경제강국을 만들었음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었고, 키워낼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우리 교육의 블랙홀은 대학입학제도다. 고등교육 수학능력을 보겠다고 30년 전에 시작한 대입수능시험을 소수점 이하 등급별로 수험생 줄 세우기 절대 기준으로 쓰는 것은 코미디다. 원하는 의대에 가기 위해 최우수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킬러 수학문제 하나인데, 이를 위해 1년 더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개인적 성취나 국가인재 양성 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대학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상을 제시하고, 나아가 인재를 찾아내서 키우는 것은 제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준비다. 대학이 학제와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권한과 아울러 책임도 동시에 갖는 것이 이 시대의 글로벌 표준이다.
공정성은 교육이 추구해야 할 소중한 보편 가치지만, 이를 위한 규제의 역효과로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인 대학의 자유와 경쟁력이 실추된다면 큰 유감이다. 국민 전체를 위한 보편적 기초교육이 중요하다,
한편 국가 미래를 선도할 수월성 교육도 중요하다. 사람이 모두인 나라에서 국가가 살려면 이 길밖에 없다. 석 달 후가 아니고 20년 후가 정말 큰 문제인데, 작금의 정치과잉 시대는 국민을 착시의 세계에 가두고 있다.
우리 교육에 '자유'라는 이름의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국가정책으로 미래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리다. 학교와 대학이 각각의 비전을 중심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미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육부는 이를 제도와 재정으로 후원하면 된다.
우리는 지금 경직된 관료제적 통치가 효율적이었던 20세기에 더 이상 살고 있지 않고, 다양하고 자율적인 유연시스템을 기반으로 창의적 미래 인재 양성에 진심을 기울여야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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