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문한 강준영 교수 “美는 대만과 한국 가까워지길 원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급망 장악을 위해 대만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길 바라고 있다.”
강준영(62)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한국과의 신(新)공급망 구축 등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대만을 방문한 강 교수는 중국 담당 부처인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통일부 격)와 안보 싱크탱크인 국방과학연구원을 찾아 선거 이후 대만의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과 안보 전략을 들을 예정이다.
-라이칭더 집권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중 관계와 직결된 양안 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에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이 대만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대표’가 아니니 대화 상대도 아니란 뜻이다. 북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 입장에서 양안 갈등 증폭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한중 관계의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라이칭더 임기 동안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력 충돌이다.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면 미국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되고, 미국은 전장(戰場) 운영을 위해 주한미군 차출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이다. 이 틈을 이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판할 우려가 있다.”
-라이칭더가 이번 선거에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언급했다. 왜 그랬다고 보는가.
“미국이 과거 문재인 정부에게 대(對)일본 관계 개선을 요구한 것처럼 라이칭더에게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급망을 위해 대만이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길 바란다. 실제로 라이칭더의 한국 관련 발언은 과거 대만 총통 후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입장 표명이다. 한편으로는 민진당의 목표가 ‘대만 문제의 국제화’인데 아시아의 주요국인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도 판단했을 것이다.”
(라이칭더는 총통 선거 전날인 12일 한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히면서 신(新)공급망 협력 등을 언급했다.)
-대만이 한국에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
“대만과의 인적 교류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만과의 긴밀한 관계는 대미·대중 레버리지(협상력)가 될 수 있고,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울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대만과 가까워지면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까.
“한국이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국가 정체성으로 내세웠으니 대만과의 협력은 피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의 중국’ 원칙은 지켜야 하니 정치 이외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면 된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대표적이다. 대만이 강세인 비메모리 분야와 한국이 우위인 메모리 분야 합작이 활발해질 수 있다. 다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부 대 정부’ 교류는 배제해야 한다. 또 양측의 반도체 협력 확대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의 일환이 아니라 한국이 반도체 산업 우위를 미국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내린 전략적 결정이라고 중국에 설명해야 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하자 중국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만 관련 우리 정부 입장은 향후 어때야 하나.
“국익을 위한 대만과의 ‘거리 두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만해협 ‘현상유지’를 언급할 때 ‘대만 독립 또한 현상 변경’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이 차이잉원 집권 8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봉쇄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대만의 영향력이 커졌다. 왜 그런가.
“대만이 ‘호국 산업’ 반도체에서 우위를 갖춘데다, 차이잉원 정부가 (중국 눈치를 안 보는) 강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가 국제화되어 미국이 주도하는 프레임에서 논의되는 것을 막기 위에 적극적으로 대만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이 고심하여 내놓은 양안관계 입장을 전부 독립 주장이라고 규정하여 오히려 통제력을 상실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