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해봐야 안다"…김태리, '외계+인'과 함께 한 387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모든 작품 마다 배우는 게 다른데, 영화적 재미가 가장 컸던 작품은 ‘외계+인’이 될 것 같아요."
‘배움은 훔쳐 먹는 것’이라던 배우 김태리에게 영화 ‘외계+인’의 의미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영화와 관련한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는 듯 해맑게 웃는 그의 미소를 보면서 생각했다. 정작 사랑스러운 건 그 말들을 전하는 배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새해 극장가 포문을 연 '외계+인‘ 2부의 주역, 김태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외계+인‘ 2부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는 동안 김태리는 SBS 드라마 ’악녀‘의 신영과 만나고 헤어졌고, 현재는 신작 촬영에 한창이다. 천상 배우인 김태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 작품에 맞춰져 있었지만 그의 기억 DNA는 ’외계+인‘이 선사한 특별한 경험들을 마치 어제의 일인 마냥 선명히 간직하고 있었다.
2022년 7월 개봉된 ’외계+인‘ 700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텐트폴 영화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표현에 솔직한 게 낫겠다. (흥행에서) 이 작품은 처참히 실패했다. 어려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외계+인‘ 1부의 흥행 여부는 경쟁사도 응원할 정도로 시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외계+인‘ 1부가 마신 고배는 영화 시장의 쇼크로 다가왔고, 최동훈 감독은 그가 거느린 훌륭한 필모에도 불구 마치 죄인이 된 마냥 고개를 숙여야 했다.
원론적 얘기에 불과하지만 어찌 관객수가 작품을 대변할 수 있으랴.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기자는 ‘외계+인’1부를 저주 받은 걸작이라고 여긴다.) 김태리는 1부가 마무리된 후에도 배우, 감독과 만나 꾸준히 응원하며 대화를 나눴다. “서로 응원하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달려온 거에요. 웃으면서 얼싸안고 마지막을 잘 보내주자고 우리끼리 다짐했죠. 1부의 성적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에요. 2부 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죠. 1,2부 촬영을 3년 전에 마쳤기에 오히려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됐어요. 전 사실 관객으로서도 너무 만족하거든요. 최동훈 감독의 색칠을 정말 사랑해요.”
2년 만에 찾아온 ‘외계“인’ 2부는 인간과 도사들이 힘을 합쳐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의 몸에서 탈출한 외계인과 다투는 과정을 그린다. 1부 보다 더 규모가 커졌고, CG 스케일과 액션신도 많아졌다. 김태리는 와이어를 언급할 때 마다 아이처럼 신이 난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와이어는 무조건 제가 하겠다고 하고, 와이어 촬영이 있으면 진짜 신났거든요.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와이어를 한 액션신 촬영이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어요.“
배우 류준열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태리의 표현을 빌자면 ‘찐친’이 됐다. “촬영 시간이 길어서 워낙 대화 양이 많았고, 덕분에 찐친이 됐어요. ‘악귀’도 그랬는데 ‘외계+인’은 현장에서 동료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작품이에요. 연기가 사실은 외로운 작업인데 ‘외계+인’에서는 제가 막내였기에 선배들에게 현장에서 의지를 많이 한 편이에요. 특히 김의성 선배님은 모든 배우의 첫 촬영 마다 들러 응원을 해주셨는데 보고 배운 게 많았죠," 조우진, 염정아에게도 배운 게 많았다는 김태리다. 역시 훔쳐 먹을 줄 아는 배우다.
최동훈 감독과의 호흡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감독님은 워낙 아는 게 많고 재밌는 분이시라 소소한 것 하나만 있어도 모든 게 대화의 소재가 돼요. 예를 들면 테이블에 컵 하나가 있다치면 그거 하나로도 끊임없이 수다가 이어졌죠. 저희끼리 현장에서 고구마도 구워 먹고 너무 좋았어요. 촬영장 가는 날은 다 같이 만나는 날이니 기분이 좋을 수 밖 에요. 그냥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었어요. 같이 수다 떨고 그런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심지어 서로 촬영 없을 때도 가서 응원도 해줬으니까요.”
‘외계+인’ 전부터 최동훈 감독의 팬이었다는 김태리는 최 감독을 ‘아이 같고 어른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면이 낭만적인 것 같아요. 아이의 순수함을 가진 어른이랄까. 현장에서 촬영 전 저희에게 보여주는 시연이 있는데, 연기 톤과 이런 걸 정말 똑같이 하는데 그런 게 너무 재밌는 거에요. 감독님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 느낄 수 있었어요. 감독이지만 연기도 정말 잘해요.(웃음) 감독님과도 소통하면서 즐겁게 작업했죠.”
박찬욱 감독이 모든 면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계산하는 빈틈없는 감독이라면 최동훈 감독은 현장의 순간적인 영감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작품을 만들며 소통하는 과정, 캐릭터를 분석하는 방법, 스타일 등 다양한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때 연기하는 쾌감을 느끼거든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길을 추구하기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데 뭐든 해봐야 아는 법이죠.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2016년 ‘아가씨’로 데뷔한 김태리는 한순간에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늘 중심에 있었지만 초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다.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걸 경험하는 것이니까. 기존에 선택한 것 보다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김태리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익히 아는 사실이겠지만, 김태리의 필모를 따라가면 그의 선택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배우다.
“시대극을 자주한 이유가 아마 다양한 캐릭터와 환경을 만나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어요. 시간적 배경이 다른 데서 오는 새로움이 커요.”
김태리가 영화, 연기 외에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홀로 만화방에 가는 일이라고 한다. “만화책을 정말(*2) 좋아해요. 웹툰 보다 만화책 이 더 좋아요. 책으로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시간이 많을 때는 만화방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요. 오래된 만화책부터 신작까지 다양하게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천문학과 관련한 만화책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오호, 천문학이라. 관심사가 우주에 있는 김태리에게 유치한 질문 하나를 던져봤다. ‘외계인은 정말 있을까요?’ 망설임 없이 돌아온 그의 답변은 "있다고 생각해요."
“이 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 같아요. 저 멀리 어느 곳에 있지 않을까. 꼭 산소나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쉬는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인간의 생각일 뿐이잖아요. 그렇다면 공간 어딘가에 외계인이 있지 않을까요? 어디에 있든 지구 밖이라면 그게 외계인이죠 뭐.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외계인이네요."
역시. 김태리를 사랑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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