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사생활 보도, TV조선은 삭제했는데 KBS는 사실상 거부

배우 김의성(좌측부터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배우 고(故) 이선균이 숨지기 전 그와 유흥업소 여실장의 사적인 통화 녹취를 보도해 문화예술인들의 삭제 요구를 받은 KBS가 자신들의 보도는 고인의 사망과 무관하다며 삭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 배우,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 및 미디어에 묻습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이란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 보도를 한 건 아닌가.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가수 윤종신)

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 배우,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KBS는 연대회의의 성명서에 대한 입장문에서 “작년 11월 24일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도에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KBS의 보도 시점은 고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으로 이를 사망 배경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예술인들은 KBS를 포함한 언론 및 미디어를 향해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삭제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KBS의 반박이 담긴 입장 발표는 사실상 ‘삭제 거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KBS는 지난해 11월 24일 ‘뉴스9’ 에서 ‘[단독]유흥업소 실장 “5차례 투약” 진술···이선균 측 “허위주장’ 보도를 통해 경찰이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심 시점과 횟수까지 특정했다고 전했다. KBS는 그러면서 유흥업소 실장 A씨가 이선균이 마약을 투약한 구체적 정황까지 상세히 진술했으나 이선균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이선균과 A씨의 전화통화 녹취 파일을 내보냈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연대회의 기자회견에서 윤종신과 더불어 봉준호 감독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이 없었는지, 수사 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로부터 수사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 없는지 한 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야 한다”면서 “KBS 단독 보도에는 다량의 수사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고 이선균이 사망한 2023년 12월 27일 밤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으며 해당 기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요구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후 [단독] 표기를 달고 유서 관련 내용 보도를 한 TV조선은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배우 문성근은 12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이번 성명에 2000여 명이 서명을 했다”면서 “이 정도 규모로 영화인들이 집단적으로 의사 표명을 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향후 KBS와 경찰의 대응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