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볼썽 사나운 민주당 공천 검증, ‘야당심판론’ 두렵지 않나
좋은 인물을 충원해 정치인으로 육성하는 것은 정당의 중요한 역할이고, 그 첫 관문이 공천이다. 공천은 나를 대표하는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이고, 정당은 공천 결과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공천이 책임 정치 결과물이 되려면 공정성, 민주성을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이런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검증위)의 검증 결과가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검증위는 지난 11일 뇌물·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황운하 의원을 적격 판정했다. 검증 통과자 89명 중엔 2020년 총선 때 미투 파문으로 부적격 처리된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22대 총선 공천 관련 당규를 개정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을 받고 있는 자’를 부적격 대상에서 삭제했다. 이번 결정은 바뀐 당규에 따른 것이니 문제없다고 해명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뇌물·선거개입·성범죄는 혐의 만으로도 선출직 공직자가 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비록 유무죄를 따져볼 부분이 있다지만 상식이란 잣대로 판단해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조치하는 것이 마땅하다.
검증 기준도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 지역구(경기 시흥을)에 나선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시흥을이 단수공천 지역으로 바뀌자 가처분 소송을 냈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반면 지난 총선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 석균씨는 예비후보 자격을 얻었다. 뇌물 혐의를 받은 뒤 사면 복권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부적격 판정이 났는데, 지역구(서울 동작갑) 현역은 검증위원장인 친명계 김병기 의원이다. 친명계 공천 관리 책임자들이 경쟁자를 쳐내고, 비명계에 불리한 편파적 검증을 한다는 ‘패권 공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총선은 통상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 이번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정권 지원론을 두 자릿수 이상 앞선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천 잡음을 잠재우지 못하면 ‘야당 심판론’이 대두될 수 있다. 정권비판 여론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인 것은 이런 가능성을 드러낸다. ‘계파 배려 없다’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약속을 민주당이 실천할 것인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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