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준연동 유지’ 선회 기류… 위성정당 난립 방지안 고심

김승환 2024. 1. 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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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비례 ‘룰’ 당론 채택 못해
‘병립형 회귀’ 당내 반발에 접을 듯
현행 유지 전제로 경우의 수 검토
與는 위성정당 창당 불가피 입장
野, 병립형 의석 확대안 실무 논의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비례 단일화
‘범야 비례연합정당’ 추진 의견도
與 “그런 게 다 위성정당… 페이크”
4·10 총선이 석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제 핵심인 비례대표제 개편의 ‘열쇠’를 쥔 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해 사실상 병립형 비례제 회귀로 가닥을 잡은 듯했으나 해가 바뀌면서 기류가 변했다. 당 지도부가 물밑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전제로 한 ‘경우의 수’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사실상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고수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될 경우 위성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비례제 관련 당내 논의와 관련해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기류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원래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 뜻이 조금 더 강했던 건데 반대파의 탈당이 이어진 데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 대표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준연동형 유지에 대해) 세게 얘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이 대표가 만약 병립형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당내 분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흉기 피습 이후 자택에서 치료 중인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당 통합 차원에서라도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고민해야 할 여건이 형성됐단 설명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면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자체가 과거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주도로 밀어붙인 사안이라 위성정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사정이 다른 만큼 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에서 당 안팎에서 나오는 게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제안이다. 정의당·녹색당이 진행 중인 ‘가치 중심 선거연합정당’, 기본소득당·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추진 중인 개혁연합신당 등을 통합해 야권 비례대표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제가 현행으로 유지가 되면 비례 47석 전부가 준연동형 적용을 받게 돼 비례대표 정당이 난립할 건데 이걸 야권 내에서라도 질서 있게 해보자는 뜻에서 나온 안”이라며 “다만 이걸 민주당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엔 결국 위성정당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례연합정당 구상에 대해 “그런 게 다 위성정당”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현 시점에서 그 논의가 나오는 건 민주당의 페이크라고 본다. 쌍특검 재표결 국면 등을 고려할 때 정의당 등 소수당을 끌고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충북 단양군 단양읍 단양구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야권 내에서는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위성정당 출현을 제한하기 위해 비례 의석수에 ‘준연동형 캡’을 다시 한 번, 더 적게 씌우는 안도 실무선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한시적으로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을 적용했다.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으로 배분됐다. 현행 선거제를 건드리지 않을 경우 비례 의석 47석 전부가 준연동형 적용을 받는데, 여기에 이전보다 더 적은 ‘준연동형 캡‘을 씌우면 양당이 위성정당을 낼 요인이 줄어든다는 게 야권 측 구상의 골자다. 병립형으로 배분되는 비례 의석이 20여석이 된다면 양당이 자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게 더 유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캡을 활용하는 안은 현재 선거제 논의가 사실상 ‘위성정당 있는 준연동형 유지’와 ‘위성정당 없는 병립형 회귀’로만 좁혀져가는 상황에서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위한 보완책으로 다뤄지는 성격이 짙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캡을 다시 적용하기 위해서는 준연동형 비례제 자체에 부정적인 국민의힘과의 협상이 필요한 터라 이 또한 실현 가능성에서는 미지수다.

야권 관계자는 “캡 활용은 사실 국민의힘이 받아야만 성립이 가능한 안”이라며 “준연동형 폐지가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란 판단을 공유하고 있는 야권 내 실무진 사이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환·김병관·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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