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갈등 심화 불가피… 5월 취임식까지 中 무력시위 전망 [대만 총통에 '親美' 라이칭더]

이우중 2024. 1.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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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선택’ 여파는
中 “양안 관계 기본구도 방향 못 바꿔”
군사 압박 포함 여론·심리전도 나설 듯
대만해협 봉쇄 땐 글로벌 경제 악재로
대만 반도체산업 제재 땐 中도 타격
경제 관계 밀접… 전면 제재 힘들 수도
韓도 직간접 영향… 대응전략 검토 필요
라이칭더 득표율 천수이볜 이후 최저
“정책 큰 변화 없이 현상태 유지” 관측도

중국의 압박에도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이 결과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세계 선거의 해’의 주요국 첫 대선인 데다 대만해협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띤 이번 선거에서 대만 국민이 ‘미국’을 더 많이 선택한 것이라 외교·경제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만의 밀착이 심화하면서 한국 역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저한 분석과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양안 갈등 심화 피할 수 없어

민진당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 집권 8년 동안 계속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 심화는 예고된 수순으로 보인다. 새 총통 취임식이 치러지는 5월20일까지 중국은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만을 염두에 둔 대규모 무력시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대만 긴장고조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다음 날인 14일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남동부 푸젠성 핑탄섬 공원을 찾은 주민이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를 드러내는 중국군 최신 무기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타이베이·핑탄=AFP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선거 결과에 대해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가리켜 “벼랑 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더욱 심해질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세계일보에 “중국 입장에서는 독립 성향을 갖는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도 중국의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며 “군사적인 압박을 포함해 여론전, 심리전 등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무력행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제적 이슈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해상 봉쇄나 경제적 압박은 가할 수 있지만 군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4일 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앞 민주도로 국기게양대에서 위병들이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게양하고 있다. 타이베이·핑탄=AFP연합뉴스
◆세계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은 반도체 핵심 공급국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있는 곳이다. 또 대만해협은 주요 국제 교역로라서 중국이 이를 봉쇄한다면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이 정치·외교적으로 대립 속에서도 대만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도 부진한 자국 경제에까지 타격을 줘가며 봉쇄를 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대만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최대 투자처다. 특히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대만 반도체 산업 제재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고통을 주기 때문에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확정 뒤 첫 외신회견에서 “반도체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등의) 반도체 협력 추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가 촉발할 수 있는 미·중 관계 변화에 따른 반도체 불확실성에는 항시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2024년 대만 총통선거 결과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양안 관계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한국이 상수화된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을 사전에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새 총통 국정동력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관건

이번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한국의 국회의원 격인 입법위원 선거에서 국민당을 제1당으로 올린 것은 대만인들이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라이 당선인의 득표율 40.05%가 지금까지 3자 구도로 치러진 총통선거 중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39.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그만큼 라이 당선인의 국정추진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양갑용 교수는 “국민 60% 가까이가 반대당을 찍은 것이기 때문에, 또 국민당이 입법원 1당이 됐기 때문에 민의는 절대다수의 지지를 못 받은 게 민진당”이라며 “따라서 양안 관계가 (양측 정책변화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이우중 특파원, 구현모·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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