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옛말 된 ‘칼졸업’

최민영 기자 2024. 1. 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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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2023 예술대학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해 2월 졸업생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0년 신군부는 대입 정원 규모를 넘어서는 재수생 누적과 과외 과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학졸업정원제’를 전면 실시했다. 정원 130%를 선발한 뒤 30%는 무조건 중도 탈락시키는 방식이었다. 억울하게 퇴출당한 학생들은 편입도 취업도 어려웠다. 학생들 간 교류를 차단시키며 사회 적응력을 상실케 하고, ‘인생의 폐업’으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 제도는 논란 끝에 결국 1987년 폐지됐다.

대학 수는 당시의 두 배로 늘고,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 요즘이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고달프다. 20세에 입학해 23세에 졸업하는 ‘칼졸업’이 드물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2022년 신입생 중 재수·N수생이 4명 중 1명(26.0%)이고,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중도 탈락생’은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5.2%로 집계됐다. 휴학률(24.8%)은 1980년(10.6%)의 두 배가 넘는다. 졸업요건을 갖추고도 학교 울타리 안에 남는 졸업유예는 선택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9만8000명 감소하고, 고용률도 46.5%로 하락했다. 저성장 속에 고착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문제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5%이고,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70%를 받는 것으로 추계된다.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로 가는 통로는 더 좁아져 이직자 중 10% 정도만 상향이동에 성공하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따라 이후 인생이 결정되는 취업도박에 내몰리고 있으니 정신건강이 온전할 리 없다. 지난해 자해·자살을 시도한 20대는 10만명당 190.8건으로 2018년 대비 49.5% 증가했다. 전체 증가율(11.8%)의 네 배가 넘는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늦게 디디면서 이후 생애 전 과정은 지연된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저출생도 심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1980년대보다 심한데 정부의 해결책은 도통 안 보인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칼졸업’이 보통인 시대가 돌아와야 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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