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사람을 찔러도 “잘했다”…‘혐오 정치’ 해결 않고선 선진국 못 된다
팬덤에 기댄 정치권의 극한 대립
美 국회 난입사태 韓서 일어날수도
“증오정치·혐오정치 중단해야”
제왕적 대통령제도 극한 대립 부추겨
응답자 10명 중 8명 “국회의원 당파적”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대한민국 정치학자들이 바라본 한국 정치의 최대 병폐는 ‘팬덤’에 기댄 정치권의 정파적 대립이었다. 메일경제가 한국정치학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2%(복수응답 가능)가 한국정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협치가 실종된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정치학자들이 꼽은 두번째 문제점 역시 ‘지역·이념·세대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형태(35.1%)’로 팬덤정치와 관련된 항목이었다.
제도적 문제점보다도 강성 지지층에 기대 상대방에 대한 증오정치를 부채질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뼈아프다.
이같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팬덤 정치’를 꼽았던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피습 사건을 극단적 정치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론이 잠시 제기됐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가 상생·협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에도 여야 강성 지지층들은 음모론 등을 쏟아내며 테러를 오히려 혐오 정치의 자양분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여권은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 특혜를, 야권은 경찰 수사결과를 각각 이용해 서로를 공격하는 소재로 삼는 상황이다.
연장선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설문에 응한 한 정치학자는 “정치가 정답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정치는 정답 추구나 가성비 확보 행위가 아니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 사람 또는 집단이 서로 양보해서 타협을 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권력 집중도 응답자 28.8%가 한국 정치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한국 정치의 퇴행을 불러왔다고 본 것이다.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겸임하는 제도는 사라졌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여당 지도부의 선출과 퇴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승자독식을 야기한다. 또 차기 권력을 놓고 극단적 정치대결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면 혐오정치·증오정치의 폐해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정치학자들은 또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정치인의 역량 부족(29.7%), 작동하지 않는 삼권분립(19.8%) 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36.4%는 ‘정치 신인에 불리하게 만들어진 기울어진 선거 지형’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국 정치권의 공천 제도 등이 신인 정치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정치 신인들은 조직, 자금, 정보라는 이른바 ‘3대 허들’에 직면한다.
‘여야 간 상호비방과 흑색선전’를 택한 응답도 36.4%에 달해 진흙탕 선거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 이 밖에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25.5%), ‘선거제도 및 선거구 획정 관련 정치권의 의도적 지연(22.7%)’,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와 시간 부족(22.7%)’ 등이 지적됐다.
매일경제는 이번 설문을 통해 정치학자들이 어떤 시각으로 국회의원을 바라보는지도 조사했다.
응답자 78.4%(복수 응답)는 국회의원의 이미지로 ‘당파적’이라는 답변을 택했다. ‘위선적(45.9%)’, ‘수동적(27%)’, ‘이기적(24.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자율적’, ‘애국적’, ‘지적’과 같은 긍정적 답변은 각각 2.7%, 1.8%, 0.9%를 받는 데 그쳤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대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치학자들의 평가는 박했다. 응답자 60%가 국회의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별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22.5%에 달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본 응답자는 4.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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