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를 알고 싶어 그린다"…화가로 돌아온 배우 박신양
■ 방송 :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나를 알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 믿고 보는 배우에서 화가로 변신한 박신양 씨를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방송국을 찾은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시죠?
[박신양/배우 : 안녕하세요.]
[앵커]
한동안 사실 작품에서 뵐 수 없었는데 화가로 만나 뵙게 됐습니다. 극중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다. 껍데기를 만들어서 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뉘앙스로 말씀하신 걸 봤는데.
[박신양/배우 : 연기를 하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한다라는 것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사실 거의 없었죠.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는 오로지 자기 생각과 자기 느낌밖에 담을 수 없는 거기 때문에 나의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래서 사실 10년 동안 그린 그림이 벌써 130여 점 정도 되는데 그걸 추려서 이제 전시회를 지금 하고 계십니다. 아래층에서는 박신양 씨가 작업을 하고 계시고 위에 2~3층은 전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사람들이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작업하는 데 조금 신경 쓰이지 않으십니까?
[박신양/배우 : 네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지고 있는데요. 제가 10년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눴었는데 정말 많은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진짜 그리냐.]
[앵커]
박신양 씨뿐만 아니라 미술을 하시는 많은 다른 연예인 배우분들도 그런 편견을 받기도 하고요.
[박신양/배우 :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실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선입견이 깨졌다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굉장히 기뻐하세요. 대견한 일을 하신 것처럼…]
[앵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박신양 씨도 기분이 좀 좋지 않으십니까?
[박신양/배우: 저도 좋아해야 되는데 왜 나한테 고맙다고 안 하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앵커]
내심 조금 원하셨군요. 고맙단 말을 해주기를.
[박신양/배우 : 왜냐하면 내가 어디 가서 선입견을 깰 때 깨졌을 때 저는 그 전시 공연을 보여주거나 또는 작품을 보여준 사람한테 고맙거든요.]
[앵커]
그렇죠. 사실 그건 굉장한 거잖아요. 뭔가를 깨버린다는 것은… 연기할 때와 그림할 때 좀 차이가 있으십니까?
[박신양/배우 : 네 있습니다. 연기할 때는 만들어진 남의 얘기죠. 그다음에 캐릭터로 표현을 해야 되는 거죠. 그림은 어찌 보면 제가 대본을 쓰고 저 혼자 연기를 하는 완벽한 1인극에 해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매우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림을 그리실 때 더 자유로우신… 당나귀 그림이 30여 점. 굉장히 많은 걸 차지하고 있잖아요. 작품 중에서도. 그래서 박신양 씨가 전생에 당나귀였지 않았을까 싶었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박신양/배우 : 가끔은 아무 짐도 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지만 결국에는 어떤 짐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 찾아 나서게 되더라. 이게 당나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 그다음에 다른 사람이 뭐라 그러든지 별로 상관도 안 하더라. 그런 점에서 우직함도 있는 것 같고 더 닮고 싶다. 더 우직함에 대해서 닮고 싶다. 그 점에서 당나귀가 나보다 나은 것 같다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앵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 아시게 되는 순간들이 좀 있었습니까?
[박신양/배우 : 예전보다는 조금 침착하게 나를 알아가는 문제에 접근해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겪어보니 나는 누구인가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매우 불필요하고 효과적이지 않고 그다음에 상황과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말로 취급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갖는 여러분들한테 힘과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런데 박신양 씨가 작품을 판매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팔 생각이 없다라고 단언을 하셨습니다. 그 이유도 좀 궁금해요.
[박신양/배우 : 단언한 적 없고요. 단언을. 단언을 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파는 거냐고 물어보세요. 그래서 '미술관은 파는 데가 아니에요'라고 여러 번 말을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이제 안 판다라고 기사를 쓰시게 된 거죠. 네. 하여튼 일은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파는 거 이전에 그림에 대한 느낌에 대해서. 그림을 보는 감정과 감각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느낌과 감정과 감각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으시고요. 정말 파는 입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많은 얘기들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숨 막혔어요.]
[앵커]
아. 그런 얘기들이.
[박신양/배우 : 네네 그래서 이렇게 숨막히게 나를 그대로 둘 수는 없겠다. 그렇다면 입장을 조금 분명히 하고 싶다. 팔기 전에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 오로지 느낌과 감정과 표현과 미술과 예술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충분히 한 다음에 그다음에 생각하겠다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앵커]
연기에 대한 그리움은 없으실까요?
[박신양/배우 : 뭔가 공식적인 발언을 해야 될 것 같은 대목인데요. 사실은 저한테는 연기든 그림이든 똑같은 표현이기 때문에요. 그런 게 없습니다. 사실은.]
[앵커]
너무 솔직한 답변이세요.
[박신양/배우 : 너무 솔직합니다. 하지만 좋은 프로젝트 좋은 캐릭터가 있으면 열심히 검토하겠습니다.]
[앵커]
약간 완벽주의자 성향이십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으세요? 느낌은 사실 그렇기도 하고 사실 같이 작업했던 감독님들의 인터뷰를 봤더니 굉장히 집요하고 집중하는 그런 박신양 씨의 모습에서 '아 약간 완벽을 추구하시나 보다'라는 생각을 저는 했거든요.
[박신양/배우 :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아마 비교적 상대적으로 조금 더 표현에 집중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하고요. 그다음에 어느 정도 최선을 다해야 되는지 생각을 해보면 그 한계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하는 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군지 모르는 보시는 분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게 완벽주의자처럼 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앵커]
박신양 씨에게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감동… 때문이라는 글귀를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박신양/배우 : 제가 감동을 받아서 배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결정을 했었고 그다음에 감동을 받아서 그림을 그려야 되겠다고 결정을 해왔더라고요. 감동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결정적인 거구나… 그래서 제가 그렇게 받았던 감동처럼 만약에 내가 그런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럼 저희가 앞으로 드라마에서도 또 이런 작품을 통해서도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남겨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신양/배우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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