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B] '8조 증발' 라덕연 옥중서신 입수…"국민연금도 주가조작이냐"

오승렬 기자 2024. 1. 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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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미술품 쏟아진 '라덕연 갤러리'
"투자자들에겐 사죄, 조작은 아냐"
[앵커]

뉴스B 시간입니다. 불과 나흘만에 8조가 증발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진지도 9개월 째, 검찰과 라씨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라씨의 옥중편지에서 라씨는 '자신이 주가조작을 한 거면 국민연금도 주가조작'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고 있었습니다.

오승렬 PD입니다.

[기자]

밀봉된 포장을 조심스레 엽니다.

[저번에 갖고 온 게 5억, 10억짜리가 있었나요?/{그것도 봐야지 아는 건데…}]

안에 들어있는 것은 해외 유명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My Window'입니다.

[이승학/라덕연 사태 당시 주임검사 : 압수수색한 수사관이 자기가 '그런 대가의 그림을 갖다가 언박싱(포장된 상품 개봉)을 했다' 이렇게 하면서…]

지난해 5월, 검찰이 주가조작 세력 라덕연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작품들로 여기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4점, 알렉스 카츠 작품 1점, 김창열 화백 작품 1점 등 고가의 그림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승학/라덕연 사태 당시 주임검사 : 밀봉된 상태에서 이건 라덕연 씨 그림이다 해서 이제 저희가 그걸 갖다가 압수를 한 것이 있습니다. 근데 저희가 그 안에서 그쪽 갤러리 측하고 얘기해 봤을 때 이거 처음 와서 뜯어보지도 않은 것이다.]

라덕연 일당의 불법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검찰은 이들이 4년 간 벌어들인 부당이득이 7천3백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적발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주가를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전양준/라덕연 사태 당시 금융위 특사경 팀장 : 이번 애들은 굉장히 생소해요. 처음 보는 애들이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세력도 거대해요. 그 유형도 굉장히 새로운 집단이 갑자기 출몰한 거예요.]

[이승학/라덕연 사태 당시 주임검사 : 기존의 주가 조작 같은 경우에는 주로 투기성 있는 종목들, 상승 폭이 강한 종목들 있지 않습니까? 민감한 종목들. 그런 걸 대상으로 해서 단기간에 주가를 급등시켜서 시세차익을 얻어서 나오는 그런 거라면 이 사건은 장기간에 걸쳐서 금융기관 감독을 피해서 하루당 0~2% 정도 그 정도로 조금 조금씩 주가를 상승시켜 나가고 장기간에 걸쳐서 범해졌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들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고객들의 거주지나 근무지 일대에서 라덕연 씨의 지시에 따라 주식을 매매했습니다.

[주가조작단 전 직원 : 뭔가 위에서 하달이 떨어져 와요. 하달이 떨어져 오면 저희 팀이 있는데 그 팀의 팀장님이 저희한테 명령을 해요. '지금 당장 빨리 5분 내로 체결을 시켜라' 아니면 뭐 '매수를 얼마나 던져라' 하면 저희는 뭣도 모르고 그냥 로그인해가지고 막 이렇게 던져요. 그러면 '대기해' 하면 '네 알겠습니다.']

[이승학/라덕연 사태 당시 주임검사 : 밖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직접 거래를 하고 고객들의 투자 판단에 의해서 투자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사실은 그 투자 판단은 맨 위에서 라덕연이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투자 행위 하나하나를 다 결정을 하고 지시를 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주식을 사고팔며 고객들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1천9백억원으로 추산됩니다.

금융당국도 신종 주가조작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주현/금융위원장 : 주가조작 세력들이 장기간 대범하게 우리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최근의 주가 급락 사태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고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손병두/한국거래소 이사장 : 이번에 주가 급락 사태처럼 날로 교묘해지는 신종 주가조작에는 적시 대응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부서진 외양간을 서둘러 고치고…]

[양석조/서울남부지검장 : 특히 금번 주가 폭락 사태는 그동안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장기투자, 가치투자 영역까지 소위 '꾼'들의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준 것 같습니다.]

이들은 지금도 불법인지 몰랐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라덕연 씨의 입장이 달라진 게 있는지 문의했고, 라씨는 취재진에게 옥중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라씨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자신은 주식을 주로 샀기 때문에 주가조작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국민연금이나 해외 기관들도 주가조작이냐고까지 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내부 핵심 관계자의 말은 다릅니다.

[주가조작단 핵심 관계자 : 라 대표가 '야 오늘 1만원인데 오늘 그래도 고객들한테 좀 보여주기 시작하려면 오늘 1만1천원까지 올려 그냥' 그럼 우리가 사 모아야 올라가는 거 왜냐하면 물량이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사면 올라가고 우리가 팔면 떨어지는 거야. 왜냐 내가 다 갖고 있으니까 우리가 들어간 종목을 차트를 보면 이렇게 돼 있는 거야 우리가 계속 사 모으고 있었거든.]

[전양준/라덕연 사태 당시 금융위 특사경 팀장 :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서 그 가치를 올린 거예요. 매수세를 계속 올려서 가치를 올린 겁니다. 자기 돈 집어넣어서 주가를 올린 거죠. 그래서 이 주가를 올린 돈 자체가 투자자들의 재산과 빚으로 마련한 거예요. 결국은.]

[이승학/라덕연 사태 당시 주임검사 : 고객들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려면 돈이 점점점점점 많아지고 점점점점 계속 투자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더군다나 레버리지까지 온 상황에서 예를 들어서 그 안에서도 이게 좀 아니다 싶어가지고 이제 그만 투자금을 회수하자는 것이 더 많아지면 언제든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그런 구조였다는 겁니다.]

나흘만에 8조원이 증발한 초유의 주가조작 사태가 일어난지 9개월, 아직 재판은 진행중입니다.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도 지난 7월 키움증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VJ 한재혁 / 영상자막 김영진 / 리서처 박효정 이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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