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의 발전 정체, 민주당 ‘장기집권’하며 방치한 탓”
“대통령-시장-국회의원 모두 민주였지만 발전 기회 놓쳐”
“교통‧재개발 문제 적극적으로 해결…정치 ‘세대 교체’ 이뤄야”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서울 도봉구 쌍문동은 영화‧드라마의 단골 배경지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 《오징어게임》의 기훈이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굽이진 골목과 오랜 다세대 주택,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삶을 '쌍문동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대변했다. 청담동이 부자의 삶을 대표하는 단골 소재지라면, 쌍문동은 늘 서민의 애환을 투영했다.
'도봉 토박이'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 굳어진 문법이 달갑지 않다. 수십 년에 걸쳐 느리게, 더디게 도봉구가 발전한 이유는 이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 탓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지난 10일 서울 쌍문동 당협통합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도봉갑 지역에 지하철역이 사실상 2개 밖에 없고, 차가 들어가지 못해 리어카로 이사해야 하는 곳도 있다"며 "민주당이 '장기 집권'하면서 쌍문동을 사실상 방치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여권 내 '수도권 위기론'을 인정했다. 다만 낙선한 지난 21대 총선보다 '도봉 판세'가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앙당에서 최고위원을 거친 뒤 방송도 여럿하면서 지역 내 인지도가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자신을 '도낳스(도봉구가 낳은 스타)'라 자신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도봉구를 반드시 바꿔낼 것"이라며 교통‧부동산 관련 핵심 공약과 출마 포부를 밝혔다.
'서울 도봉갑'과의 인연을 소개한다면.
"쌍문3동에서 고등학교를 통학했다. 그때와 지금, 동네는 똑같다.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의 장기집권 속에서 도봉은 발전이 정체돼 있다. 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출마만 하면 쉽게 당선되니 (당선 후에도) 중앙당 활동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구의원부터 시의원, 구청장, 국회의원, 시장, 대통령 모두 민주당이었던 호기가 있었는데 (발전의) 기회를 놓쳤다."
보수 정당의 험지고, 21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재수'를 결심한 이유는.
"처음 출마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일단 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젊은 사람이 정치한다고 했을 때 많은 설명의 의무가 부과된다. 나이 든 분들은 '장가도 안 갔는데 왜 국회의원 나와?'라고 묻기도 하셨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중앙당에서 최고위원도 하고 방송도 하니 도봉에 계신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 거리를 걷다 보면 'TV에서 봤다' '어디서 얼굴을 봤는데' '도봉구에서 스타가 나왔네'라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도봉구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도 저를 좋아해 주신다. 인지도가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달라진 정치적 위상만큼 '양지 출마'를 권유하는 측근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지역구 변경의 유혹은 없었나.
"애초 출마할 때 비례대표 얘기도 나왔었다. 하지만 일말의 고민도 없이 도봉을 선택했다. 정치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일가족이 다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야 하는 지역이 도봉구다. 내 지역이 늘 정책 후순위 지역구로 밀리는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도봉구민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서울 도봉갑' 발전이 더뎌진 게 민주당 책임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도봉갑 지역구 내 지하철역이 사실상 2개 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건 심각하고 안타까운 문제다. 과거에는 출근 시간대에 창동에서 출발하는 1호선 열차가 있었다. 그 열차가 2시간 동안 8대였는데, 2020년 기준으로 없어졌다. 광운대역으로 출발 지역이 바뀌었다. 손 놓고 당한 것이다. 도봉구가 소외받는 전형적 증거다.
또 앞서 GTX-C노선의 경우 갑자기 지상화 결정이 났었다. 지상화가 이뤄지면 소음이나 분진 탓에 여러 불편이 야기된다. 또 도로도 중간에 잘리기 때문에 개발이 균형 있게 이뤄지지 않는다. 당시 대통령 문재인, 서울시장 박원순, 국회의원 인재근 등 여당 정치인들이 하나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 들어 4000억원 들여 지하화 결정이 났다. 정책은 때론 이기적으로 챙겨야 하는데 도봉갑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무책임하다."
당선 된다면 도봉갑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교통이 무조건 1순위 정책이다. 출근이나 통학을 위해선 두 개밖에 없는 지하철역에서 도심까지 한참을 나가야하는데, 이게 진짜 힘들다. 살기 어려운 동네가 되니 의정부나 남양주로 (인구가) 계속 넘어가는데, 그럼 인구가 줄면서 개발할 이유가 없어지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하철뿐 아니라 동부간선도로도 그렇다. 동부간선도로가 의정부로 트이니, 도봉구는 아침 5시부터 정체가 시작된다. 주민으로선 얼마나 답답하겠나. 교통문제는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창동역을 지나가게 된 건 다행이지만, KTX 연장 노선까지 만들어 반드시 창동으로 오게 하겠다.
또 《오징어게임》의 실제 촬영지인데, 쌍문1동 중 어떤 지역은 차가 못 들어가 리어카로 이사하는 지역도 있다. 불이 나거나, 심장 마비 환자가 발생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도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못 들어간다는 소리다. 거기다 북한산 조망 탓에 고도제한이 걸려있어서 개발을 자유롭게 못하고 있다. 송파는 비행기 노선도 바꿔가며 제2롯데타워를 짓는데 우리만 고도제한 때문에 방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오세훈 서울시장한테 고도제한 완화할 때 쌍문동도 꼭 완화해달라 요청했다.
그리고 도봉구 아파트 대부분이 30년이 넘었다. 여기에 저도 살지만 겨울에는 물이 언다. 주차도 난리다. 또 창2동은 준공업지대로 분류돼 재개발이 제한돼있다. 재건축‧재개발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모두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여당을 둘러싼 '수도권 위기론'이 팽배하다. '구도'를 '개인기'로 넘어설 수 있을까.
"분명 여당에 불리한 구도다. 정권심판론이 이렇게 높은데 개인기만으로 극복하는 건 한계가 있다. '김재섭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의힘을 혼내야겠다'하면 어쩔 수 없이 매를 맞아야 한다. 그러나 구도는 수시로 바뀌고 총선은 90일이 남았다. 그 가운데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개인기로 일부 극복해놓은 상황이다.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구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내일 멸망해도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매일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섰다. '김건희 특검법' 등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제2부속실 설치에는 동의 입장을 밝혔는데. 이 같은 기조에 동의하나.
"정부와의 '디커플링'(decoupling‧태도나 기조의 분리)은 당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특검법을 대하는 여당의 태도를 국민들이 볼 것이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특검법 찬성 여론이 70%가까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조건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이라고만 주장해선 안 된다. 반대의 명분이 갖춰져야 하고 그걸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악법' 외 지도부 차원에서 와 닿는 설명이 없다. 그리고 거부와 더불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면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 논의를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갔어야하는데 오히려 끌려갔다. 만시지탄이다. 다만 아직 관련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좋지 않을까. 수도권 위기론을 타파하는 핵심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때 동료였던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 후 '개혁 신당'을 띄웠다. 같은 청년 세대로서, 당내 개혁파로서 이들과 동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준석 전 대표의 말이 밉더라도 틀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돌풍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제가 도봉을 선택한 것처럼 유불리를 따져서 움직이는 게 저의 스타일은 아니다. 이준석 신당의 간판으로 (총선을) 나갔을 때 (표를) 더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저에게 명분이 없다. 저를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신의가 있어서, 불리하더라도 제가 더 열심히 해야지 당적을 바꾸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혁신당이 메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양당 다 못난이라고 하지 않나. 제3의 신당 출연 후 건전한 '잘하기 경쟁'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에게 좋을 것이다. 차선책만 뽑는다면 정치는 나아지지 않는다."
상대당의 수장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피습 후 '죽임 대신 살림의 정치를 하자'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는데.
"피습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일성은 (퇴원 당일) '살림의 정치'가 아니라 (퇴원 전 공개된) '현근택은요?'였다. 정성호 의원과 긴밀한 당무 얘기를 나눈 건데, 국민들의 마음을 배신한 모습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 마십쇼'라는 메시지가 먼저 나왔어야 큰 정치인이 됐을 건데, 일성이 이렇게 돼버렸다. 코미디다."
앞서 말한 '잘하기 경쟁'을 위해 민주당에 건넬 쓴소리가 있을까.
"이재명 대표가 팬덤정치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팬덤정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긍정적인 효과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팬덤이 저지른 일들이 문제다. '원칙과 상식'도 개딸들한테 온갖 테러를 당했다. 이건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를 신성불가침, 성역화시킨 게 그 사람들이다. 성역화된 정치인을 공격하는 모든 사람들은 악이 된다. 지지세가 강한 것은 좋지만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은 지옥에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대표가 하루 빨리 지지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 '이재명의 민주당'과 총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나.
"훨씬 유리하다. 만약 통합비대위가 뜬다면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 도봉갑' 유권자와 국민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정치에도 분명 물리적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86세대(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정치인들이 아무리 정치를 젊게 하더라도 우리 세대가 공감하는 문화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일례로 과거 86세대 운동권이 취직했던 상황과, 요즘 대학생들이 매일 학교에 나가 '취업 사관학교'처럼 자격증을 따는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젠더 문제도 그렇다. 문화적 동질성이 바뀐 세상에서 내가 젊게 생각한다는 것만으로 빠른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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