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親美총통 당선에 복잡해진 韓반도체 셈법… “美·中 균형 필요”
'칩4 동맹'서 대만 역할 확대…TSMC 영향력↑
일각 '양안관계 악화…삼성·SK 반사이익 가능성'
전문가들 "중국, 여전히 큰 시장…저울추 맞춰야"
[이데일리 김응열 윤정훈 기자] 새로운 대만 총통(대통령)에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는 미국을 등에 업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미 빅테크 기업들과의 끈끈한 관계도 유지할 것이 자명해지면서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칩4(미국·한국·일본·대만)’가 힘을 키우는 가운데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 기업으로선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양안(중국·대만) 갈등이 고조, 대만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우리 반도체가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14일 업계와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13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558만3974표를 얻어 득표율 40.0%로 당선됐다. 당초 업계 안팎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이 유리해지려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게 낫다고 봤다. 국민당이 TSMC의 해외 투자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TSMC의 해외 생산시설 조성에 차질이 생기고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TSMC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해외 투자로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 입지가 확대되고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도 이어질 전망이다.
TSMC 경쟁자 삼성전자로선 현재의 국면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집계 결과 작년 3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2.4%인 반면 TSMC는 57.9%에 달한다. 이 같은 격차가 되레 더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없는 건 아니다. 대만과 중국 간 긴장이 군사적 갈등으로 번지면 TSMC의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지고 일부 고객사가 삼성전자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양안 관계의 향방에 따라 TSMC와 고객사들 사이의 협력에 틈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만 유권자 대다수가 급진적인 독립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하고 미국도 중국과의 충돌을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라이칭더 당선인 역시 갈등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는 “현 단계에서 파운드리 시장은 기존과 같은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 외에 중국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성도 크다.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인 팹리스들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중국은 세계 팹리스 시장 3위 국가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칩4 동맹 강화 속에서도 중국은 우리 반도체 기업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이 반도체 확보를 위해 우리 기업들에 손짓을 할 수 있는 만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타며 전략을 잘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신상협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대만과의 관계를 부각할 텐데 우리는 결국 미국에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최근 살아나고 있는 반도체 수출 등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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