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요 프로인줄"···'홍백가합전' 74년 역사상 K팝 아이돌 '최다' 배경은[허지영의 케잇슈]

허지영 기자 2024. 1.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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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데뷔도 안한 뉴진스 등 5팀 역대 '최다'
한류 열풍에 '쟈니즈' 기획사 성추문 영향
"아이돌이 백댄서냐" 논란의 무대도
[서울경제]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2023년 연말에 열린 제74회 '홍백가합전'은 74년 역사상 K-팝 아이돌이 가장 많이 출연한 회차였다. 지난 2002년 보아를 시작으로 2011년 3팀(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2022년 3팀(트와이스, 르세라핌, 아이브)의 수를 뛰어넘는 5팀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JYP 일본 레이블이 론칭한 걸그룹 니쥬까지 포함하면 6팀에 이른다. 특히 뉴진스는 세 곡을 연달아 불러 일본 현지에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렇듯 K팝 아티스트들이 홍백가합전에서 활약을 펼친 데는 한류가 여전히 뜨거운 이유가 크지만 2023년만의 ‘특별한 사정’도 있다. 2023 홍백가합전을 K팝 아티스트가 장악한 이유는 무었일까.

제74회 홍백가합전 / 사진=HNK

◇日 대표 아이돌 대신 K팝 = 홍백가합전은 지난 1951년부터 일본 공영 방송사 NHK가 진행하고 있는 유서 깊은 프로그램이다. 1987년 조용필이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 출연하며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2002년에 들어서는 보아가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한일 가요 문화의 장을 열었다.

2023년 홍백가합전에는 총 44팀이 출연했다.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K-팝 가수는 트와이스 유닛 그룹 미사모, 르세라핌,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뉴진스 5팀이다. 지난해 르세라핌, 아이브, 트와이스 3팀이 출연한 데 이어 2팀이 더 추가됐다. 르세라핌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고, 스트레이 키즈와 세븐틴, 뉴진스는 첫 출연이다.

이들의 홍백가합전 출연은 일본이 여전히 K팝의 주요 시장임을 증명한다. 지난해에는 특히 첫 출연하는 스트레이 키즈와 세븐틴의 활약이 눈부셨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의 '오리콘 아티스트별 토털 세일즈'를 살펴보면 세븐틴이 4위(한화 약 7억3800만원), 스트레이 키즈가 5위(한화 약 6억2800만원)에 올랐다. 뉴진스 역시 '디토(Ditto)' 일본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으로 불리는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우수작품상'과 '특별상'을 받고,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서머 소닉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등 현지 인기를 누렸다.

아울러 이번 홍백가합전에는 변수가 있었다. 일본 아이돌의 대표 격인 '쟈니즈'를 탄생시킨 대형 연예기획사 창업주 故쟈니 키타가와가 소속사 연습생을 대상으로 성범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사후 보도되며 현지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NHK는 피해자의 보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해당 소속 가수들의 출연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1979년부터 출연해 오며 시청률을 견인하던 쟈니즈 소속 가수가 44년 만인 2023년부터는 얼굴을 비출 수 없게 됐다. 2022년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쟈니즈 가수는 6팀이었으나 2023년에는 0팀이 되어버린 상황. 이에 NHK 측이 이 난항을 K팝 아이돌로 타개하려 했다는 평이 나온다.

2023 제74회 홍백가합전 뉴진스 무대 / 사진=NHK

◇"아이돌이 백댄서냐"···한일 팬들 사이엔 논란도 = 지난 홍백가합전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K팝 그룹은 단연 뉴진스였다. 이들은 일본 정식 데뷔 전에 홍백가합전에 초청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받았다. 뉴진스는 방송에서 'OMG', '디토', 'ETA' 메들리 무대를 선보였는데, 3곡을 엮어 스페셜 무대로 선보이는 것 또한 파격적인 대우라는 평이다.

다만 방송에서는 한일 팬덤 모두에 오해를 산 무대도 있었다. 만화 '최애의 아이' 주제곡 '아이돌(IDOL)'로 큰 사랑을 받는 2인조 밴드 요아소비의 무대였다. 보컬 이쿠타의 양옆으로 뉴진스와 세븐틴이 일렬로 서 '아이돌' 챌린지 춤을 췄는데, 일부 한국 누리꾼들은 이 모습이 마치 K-팝 아이돌이 요아소비의 노래에 맞춰 백댄서처럼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일본 누리꾼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K-팝 아이돌이 이쿠타의 옆이자 무대 바로 앞에 서 있다면, 대다수 일본 아이돌은 K-팝 아이돌 뒤에 서 가려졌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에서 '앞뒤가 바뀌었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2023 제74회 홍백가합전 ‘아이돌’ 무대 / 사진=NHK
2023 제74회 홍백가합전 ‘아이돌’ 무대 / 사진=NHK

반대로 무대가 '화합의 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당 무대는 전 세계적 히트곡인 '아이돌'이 TV로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홍백가합전' 측에서는 힘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무대는 방송에 참가하는 모든 아이돌이 한자리에 모여 군무를 추는 연출이 펼쳐졌고, 여기에는 K-팝 아이돌을 비롯해 사쿠라자카46, JO1, 니쥬, 노기자카46, 비:퍼스트 등 일본 아이돌도 대거 출연해 무대를 꾸몄다. 합동 무대일 뿐 특정 국가의 아이돌을 '들러리'로 세우려고 했다는 주장은 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K-팝 아이돌 대거 출연 소식에도 불구하고 2023 홍백가합전의 시청률은 저조했다. 일본 현지 매체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방송 1부는 29.0%, 2부는 31.9%를 기록했다. 이는 2부제로 진행한 1989년 이후 최저 기록을 웃도는 성적이다. 다만 이번 홍백가합전은 매년 시청률을 견인하던 쟈니즈 소속 가수가 대거 빠진 상황에서 K-팝 아이돌이 시청률을 선방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요아소비와 K-팝 아이돌의 합동 무대 '아이돌'은 순간 시청률 34.2%를 기록하며 무대별 시청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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