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봉쇄땐 세계 GDP 5% 감소"…"中도 타격, 압박엔 한계"

송광섭 특파원(opess122@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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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거 세계경제 영향
中, 경제제재 수위 높이겠지만
대만 반도체 의존도 높은 상황
오히려 中경제에 고통 줄수도
대만 中수출 비중 계속 떨어져
작년 35%로 2002년이후 최저

◆ 대만은 美 택했다 ◆

13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민진당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의 선거 문구가 쓰인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 당선인은 약 92만표 차이로 2위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를 꺾고 총통에 당선됐다. AP연합뉴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대만을 향한 중국의 경제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만이 반도체 핵심 공급 국가라는 점을 들어 중국의 압박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14일 국내외 전문가들은 오는 5월 20일 예정된 총통 취임식 전까지 대만을 향한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취임식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등과 관련해 최대한 유화적인 입장이 나오도록 적극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대만 경제가 나빠질수록 민심은 국민당으로 가게 돼 있다"면서 "(중국은) 경제적 면에서 어떠한 제재가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을 발표했다. 이때 상무부는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작년 말 '새해부터 대만산 화학제품 12개 품목에 대해 ECFA에 따라 적용하던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관세 감면 중단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당시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민진당이 대만 독립 입장을 고수하면서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할 경우 관련 부서가 규정에 따라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지한다"며 추가 경제·무역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인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 9일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이 5% 감소하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에는 세계 경제가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대만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 갈등으로 교역액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중국은 아직도 대만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최대 투자처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수출액의 35%를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으로의 수출 품목은 대부분 집적회로, 태양전지, 전자부품이다. 대만 수입에서도 중국 비중은 20%에 달한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의 찰리 베스트 부국장은 CNN을 통해 "대만과 중국은 서로에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만을 전면 봉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또 중국은 자국 제조업의 핵심 공급원인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제재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대만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대만을 향한 중국의 경제적 제재는 오히려 자국 경제에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대만을 경제적으로 제재할 때 반도체나 전자산업 분야가 포함돼야 대만에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만에 대한 중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만큼 피해를 감수하며 섣불리 제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대만의 경제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대만의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8% 감소한 1522억달러(약 201조원)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3.6%포인트 낮아진 35.2%에 그쳤다. 이는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의 극심한 수요 침체다. 중국의 소비심리는 지난해 11월 최저치를 나타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양안 갈등도 영향을 줬다.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있던 주요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40% 안팎을 유지해왔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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