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제 해법 내놔도 정치논리로 폄하"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4. 1.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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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불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앞으로 4년 더 의정 활동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달라질까, 정치가 달라질까, 우리나라 리더 계층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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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홍성국 민주당 의원
양극화·연금등 갈등 해법
국회의원들 눈길도 안줘
산업구조 재편 꼭 필요한데
문제 지적않고 모두 입 다물어
현재 질서 중시하는 법조인들
미래 설계엔 태생적 한계있어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지난달 13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던진 말이다. 이 한마디에는 경제 전문가로 민주당에 영입돼 큰 포부를 가지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결국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꿈을 접은 그의 깊은 고뇌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불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앞으로 4년 더 의정 활동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달라질까, 정치가 달라질까, 우리나라 리더 계층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미래학자'로 불렸던 그는 입법활동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한 해 매주 경제 브리핑을 준비하면서 사회 양극화나 인구 문제, 연금개혁 등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들에 대해 나름 논리적인 해법들을 제시해왔지만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은 물론 국민도 민주당 의원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하는 말로 폄하하고 눈길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극단적 대치 구도는 짧게 봐도 10년, 길게 보면 더 오래 지속 될 텐데 앞으로도 그냥 국회의원 중 한 사람, 그 이상의 존재가치를 찾기는 힘들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극한 대립 정치에 환멸을 느낀 그는 정치라는 플랫폼 대신 직접 국민 속으로 뛰어드는 방법을 택했다. 홍 의원은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국회 밖에서 하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차라리 강의를 하고 책을 쓰면 몇만 명한테는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가장 아쉬워하는 분야 중 하나는 산업구조 재편이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 강국인데, 이젠 중국에 밀렸고 베트남에도 역전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세계 경제 흐름에 연동되는 '시황산업'이 한국 산업의 장점이자 존립 구조인데, 지금의 노력으로는 앞설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장에 돈을 버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 위기에 빠진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며 "문제는 사회 리더, 집권당, 관료들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아무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 사회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 리더들의 머릿속은 과거에만 머물러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리더들의 사고가 여전히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머물러 있고 과거 방식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조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법은 현재의 질서와 시스템을 지키려는 속성이 있다"며 "정치를 한다는 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는 건데, 법조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홍 의원은 앞으로도 민주당과의 인연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홍 의원은 이미 총선 공약팀에 소속돼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무진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갑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세종시에서 선거운동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홍 의원은 정치판을 떠난 이후 작은 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의 미래 설계도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설계도가 만들어지면 (민주당의) 대선 공약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서동철 기자 / 홍예원 인턴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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