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칩4 동맹 강화에 추가보복 수순···대만해협 '위기 일상화' 우려
中, 군사훈련 명분 무력시위 전망
세금 감면 중단·수입품 제재 고려
대만, 中 맞서 공급망 다변화 가속
美도 무기 지원 확대로 中에 대응
갈등 커져도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아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넘어 동북아시아 정세, 미중 관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독립주의자인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중국의 군사적 압박 수위는 더욱 강경해지고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를 강조하는 미국이 맞설 경우 무력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도 주목받는다. 중국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반도체 핵심 공급국인 대만이 전 세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이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대만의 새로운 총통 당선인인 라이칭더가 5월 취임하면 자신을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거듭 비난해온 중국의 분노에 대처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라이칭더는 선거운동 기간에는 중국과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며 대화를 강조했으나 과거부터 강경 발언을 일삼았다.
중국은 이런 성향의 라이칭더 당선을 방해하려고 선거 막판 무력 도발 수위를 높였다. 선거가 민진당의 승리로 끝난 만큼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의 긴장 수위는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분리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집권 민진당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양안 관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취임식이 치러지는 5월 20일까지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매체들도 선거 직전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한 ‘행동’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대만인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다. 국민당에 투표했다는 한 여성은 “민진당 후보 당선으로 중국과 전쟁 위험이 커진 것 같다”며 “지금도 불안한데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의 경제적 타격을 노리고 세금 감면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 등 보다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설 것으로도 보인다. 창우에 대만 담강대 교수는 선거 직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경제적 강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입장의 라이 당선인에게 중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은 대만인에게도 불안 요소다. 민중당 지지자인 한 택시기사는 “이왕 당선됐으니 (라이칭더가) 민생에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며 “중국과도 싸움만 할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협력해 대만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대만은 미국 등 서방과의 결속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미국·일본·독일 등에서 진행하는 생산라인 구축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미중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TSMC의 중국 본토 내 생산라인을 장악할 수 있는 만큼 반도체 업체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이 임기를 시작한 2016년부터 대화를 중단했다. 라이 당선인이 지난해 5월 국립대만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시 주석과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나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그의 대만 독립 성향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상하고 기만적인 발언”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만큼 양안 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미중 대리전의 승리를 통해 대만해협을 수호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지키면서도 대만해협 현상 변경을 막으려는 입장이어서 미중 관계의 갈등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미 정권 연장으로 대만 민심을 확인한 미국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수록 무기 수출 확대 등으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WSJ는 민진당이 총통 선거에서 이겼지만 함께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을 변수로 들었다. 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 무기 구매나 군사 개혁을 통과시키기 어려워져 미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다시 고조될 수 있지만 전쟁까지 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경제 악화로 어려움이 크고 미국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국이 지난해 11월 미중정상회담 이후 ‘관리 모드’에 들어간 만큼 최대한 대결이 격화되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타이베이=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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