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전공학과 늘린다는데 문과생에는 '그림의 떡'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최초 합격자 문과생 0명

정부가 대학 '무전공 선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문과생들에겐 '그림의 떡'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과생들이 높은 수능 점수를 바탕으로 기존 무전공(자유전공) 학과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최초 합격생 100%는 이과생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94.6%보다도 5.4%포인트 늘었다. 통상 수능 수학 영역 중에서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이과, '확률과 통계'는 문과로 분류한다. 다른 주요 대학도 이과생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합격선 기준으로 2023학년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선은 100점 만점에 98.3점이다. 서울대 문과 기준으로는 정치외교학부(98.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과에서도 의예과 지역균형(99.5점), 의예과 일반전형(99.3점), 치의학과(99.0점)에 이어 4위다. 고려대도 자유전공학부 B형(인문) 합격선이 95.5점으로 문과 1위인 통계학과(95.6점)와 불과 0.1점 차이였다. 문과에선 최상위권들만 자유전공학부를 갈 수 있고, 이과라도 상위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무전공 확대에 연간 수십억 원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입시부터 서울 주요 대학 무전공 선발 인원이 대폭 늘고 있다. 서울대는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확대 개편하고 신입생 400여 명을 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양대도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80명 등 33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학내 위원회 무전공 학과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학원가는 정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무전공 이과 독식'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무전공 학과에서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 선발을 한다면 수학 과목 덕분에 이과생은 유리하고, 문과생은 진학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