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선진국 정치불안···'강 건너 불' 아니다
공산·독재국가들 국력 결집하는데
자유민주 선진국 정권 갈수록 단명
글로벌 경제·안보의 불확실성 키워
韓,중추국 넘어 신흥국 협력 확대를
“공산국가나 독재국가의 정권은 끝없이 장기 집권하는데 자유민주 선진국들의 정권은 갈수록 단명하고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30년대 이후의 세계는 자유민주 진영이 퇴보하는 암흑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말 한 고위 당국자가 사석에서 건넨 한탄이다. 공산·독재국가는 대내외 위기에도 국력을 결집시키는 데 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자중지란에 빠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해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6개국 정부 여당이 지지율 급락으로 정권 교체의 우려를 사고 있거나 여소야대의 상황에 처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 열세에 직면해 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리시 수택 총리의 집권 이후에도 노동당보다 지지율 열세를 겪는 가운데 올해 조기 총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지율 급락 속에 연정 붕괴 위기에 빠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총리는 2022년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여소야대의 어려움에 봉착했고 지지율도 지난해부터 30%대로 떨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20%대의 낮은 지지율에 직면했다. G8, 혹은 G9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대한민국과 호주 정부의 지지율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중국·러시아·북한에서는 정권 연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중국 최초로 국가주석직의 3연임에 성공했고 2027년 임기 후에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4선 집권을 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해 3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이변이 없는 이상 5선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김정은은 13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이처럼 상반된 자유민주국가와 공산·독재국가의 집권 상황은 글로벌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공정하고 개방된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국가 간 결속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자국을 위해서라면 무력행사나 강압적 외교도 불사하는 일방주의적 행태가 국제사회에서 횡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는 윌리엄 번스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과거 인터뷰 발언을 단순한 경고성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최근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기회가 온다면 초토화하겠다고 언급한 부분도 심상치 않다.
자유민주 진영의 집권 불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해온 ‘중추국가’ 외교 전략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손잡은 G7 정상들의 국내 입지가 탄탄해야 하는데 각국의 집권 상황이 불안정하다면 이 같은 중추국가 전략은 흔들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중추국가 전략의 토대가 될 경제·안보협력의 파트너를 성장성이 있는 신흥국들로 넓혀가야 한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을 중심으로 관계를 강화, 유사시 한반도 안보를 위해 중국의 협력을 압박할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가장 중시해야 할 국가는 인도 및 인도네시아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자유민주 진영에서는 드물게 지지율 70%라는 절대적인 국민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공급망 안정을 다져줄 수 있는 우군이기도 하다.
국내 차원에서는 정부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권은 해외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와 여당은 중도층을 향한 유연한 정책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 여야도 대외적 여파가 큰 경제·안보정책에 대해선 정파를 넘어 결속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최근 “총통과 부총통이 운전대를 쥐고 있지만 엔진은 국회”라고 언급한 대목은 우리 정부와 여야가 함께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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