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꿈' 시진핑 vs '반중' 라이칭더, 단기 전장은 반도체
양안 관계 격랑 속으로… 지정학적 불안 고조
'총성없는 전쟁' 반도체, '칩4' 동맹 강화될 듯
"당선된 민주진보당이 대만 주류 여론을 대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반중 라이칭더(민주진보당) 후보의 당선이 일찌감치 확정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 14일 0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야 중국국무원 대만판공실 천빈화 대변인 명의로 이렇게 논평했다.
중국은 헌법에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이자 조국통일은 과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명분으로 통일 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한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연임에 성공하고 3연임을 바라보던 즈음.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진정한 힘을 갖기 전까지는 힘자랑을 하지 마라) 지시를 깨고 미국에 맞서 'G2'(글로벌 양강)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미-중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초유의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 본인 입장에서 대만 통일은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정치적 명분이다. 신중국을 창업한 마오쩌둥, 그리고 고도 경제성장의 발판을 놓은 덩샤오핑은 중국의 두 국부다. 시 주석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이들조차 이루지 못한 과업을 이뤄야 한다. 대만 통일을 성사시킨다면 시 주석은 '통일군주'로 위업을 남기게 된다.
대만 대선에서 이긴 라이칭더는 "대립 대신 대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수사에 불과하다. 라이칭더의 진짜 의지는 "중국의 위협과 협박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기로 결심했다"는 말로 잘 요약된다. 통일군주로 우뚝서고자 하는 시 주석의 입장에서는 그가 가고자 하는 앞길에 라이칭더의 존재가 사사건건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 중국 경제재제의 핵심이 반도체 규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친중 허우유이 후보 당선과 동시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와 협력을 확대하는게 중국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라이칭더 당선으로 여지없이 무산됐다. 오히려 미국 주도 반도체 대중국 압박 전략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공조) 동맹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례로 미국은 14일 대표단을 대만에 즉시 파견했다. 대표단에 속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차관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스티븐 해들리 전 보좌관은 조지W 부시 행정부에서 근무한 인사다. 한 마디로 초당적으로 구성됐는데 총통 선거 바로 다음 날 미국이 대표단을 파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의 대만 경제 제재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애틀랜틱카운슬 훙쩐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추가적 봉쇄에 나설 경우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역풍이 불 수 있다"며 "대만은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교역의 핵심 국가인 만큼 부분적 해상봉쇄로도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해로 중 하나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대만 대선 직전인 지난 9일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과 관련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했었다.
라이칭더에게는 대만 내 경제상황 타개도 시급한 과제다. 반중 독립 기류를 타고 당선되긴 했지만 집권 민진당의 경제 실정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심판론이 막판까지 상당했다. 취업, 집값 등 현실적 문제를 중시하는 2030 세대의 표심이 제2야당인 민중당에 쏠린 점도 라이칭더가 곱씹을 대목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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