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부총통 샤오메이친, 영어·인맥 무장한 親美 ‘고양이 전사’

조성호 기자 2024. 1. 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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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취임식 공식초청 받은 첫 대만 외교관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라이칭더(왼쪽) 총통 당선인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타이베이시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 연합뉴스

라이칭더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을 확정 지으며 대만 차기 정부 2인자에 오르게 된 샤오메이친(53) 부총통 당선인은 민진당이 추구하는 강력한 친미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성장 배경부터가 미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 1971년 일본 고베에서 기독교 신학자인 대만인 아버지와 음악 교사였던 미국 국적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대만에서 살다가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저지주(州) 몽클레어 고교 졸업 후 오벌린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학사 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미국 인맥을 눈여겨본 민진당은 그를 외교 부문 전문가로 영입했다. 대만 역사상 첫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서 2000년 취임한 첸수이볜 총통의 전담 통역을 맡았고, 이듬해에는 입법위원(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인으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 주재 대사에 해당하는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처 대표에 2020년 임명되면서다. 대만 외교의 핵심 보직인 이 자리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샤오메이친은 이때부터 미국 외교가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특히 2021년 1월 백악관의 공식 초청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면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백악관이 대통령 취임식에 대만 외교 사절을 공식 초청한 첫 사례였다.

샤오메이친은 바이든 행정부의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 장관, 존 볼턴 전 NSC 보좌관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볼턴은 샤오메이친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대만은 그 어느 나라보다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 대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라이칭더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샤오메이친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했다고 밝히면서 워싱턴 DC의 기념탑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렸다. 샤오메이친은 친미(親美) 인사인 동시에 반중(反中) 성향도 뚜렷하다. 주미 대만 대표로 임명되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만 대사’라고 올리자 반발한 중국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4월 차이잉원 총통이 중남미 수교국 순방길에 미국에 들러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 만난 것을 문제 삼은 중국이 샤오메이친을 재차 제재하자, 그는 소셜미디어에 “와, 중국이 나를 두 번째 제재했다”며 조롱조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거칠고 공격적인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외교를 비판하며 스스로를 이와 대비되는 ‘전묘(戰猫·고양이 전사)’라고도 불렀다. 일본 지지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외교는 팽팽한 밧줄 위를 경쾌하고 유연하게, 균형 있게 걷는 고양이와 같다”며 “비판과 욕설을 반복하는 중국의 오만하고 무례한 외교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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