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40곳 투자 검토…의료기기 관심"
금리변동에 시장 예측 어려워
불황에도 성장할 분야 찾아야
韓 개인병원 점차 기업화될것
장기적 관점서 헬스케어 유망
"우리는 한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투자 비중 확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EQT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잔 에리크 살라타 EQT 프라이빗캐피털아시아(PCA) 회장이 올해 한국 경제 전망과 투자 비중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현재 (EQT PCA의) 아시아 펀드 비중은 인도가 40% 정도로 가장 높고, 한국·호주·일본·중국·동남아시아가 각각 10% 수준"이라면서 "이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고 투자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어링PE아시아(BPEA)와 통합 출범한 BPEA EQT가 1년여 만에 'EQT 프라이빗캐피털아시아'로 명칭을 교체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이자 글로벌 3대 PE인 EQT의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인지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살라타 회장은 이번 리브랜딩 소식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10일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했다. EQT가 운영하는 아시아펀드 8호의 규모는 총액 112억달러(약 14조7168억원)에 이른다. 살라타 회장은 "EQT 한국사무소에서 투자를 검토 중인 30~40개 기업 중 헬스케어 산업의 비중이 크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헬스케어 산업 중에서도 스페셜티 파머시(Specialty Pharmacy·전문약국)와 의료기기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EQT는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이 분야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살라타 회장은 "우리는 이미 호주에서 동물병원 네트워크에 투자한 바 있다"며 "장기적으로 개업의들 위주의 병원 산업이 기업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인도의 인공수정 병원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 그는 소프트웨어와 폐기물 관리, 신재생에너지, 물류 운송 등을 눈여겨보는 분야로 꼽았다.
살라타 회장은 높은 금리와 매수·매도자 간 눈높이 차이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 속 투자 전략에 대해 '투자하되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 당사자에게 긍정적인 효과와 변화를 가져오도록 한다'는 EQT의 투자철학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거시 시장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장기적인 시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EQT는 발렌베리 가문의 정신이기도 한 △산업의 혁신 △긍정적인 영향 △장기 성장을 기반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EQT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산업적 투자자라는 점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발렌베리 가문은 지난 160년간 북유럽의 대표 가문으로 꼽혀왔다. 다섯 세대에 걸친 투명한 승계로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다. 국내에는 삼성그룹이 이들을 롤모델로 들면서 잘 알려졌다.
살라타 회장은 "요새 젊은 인재들은 자신이 믿는 중요한 가치를 찾아 직장을 고른다"며 "장기 투자를 통해 투자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래 이익(future profit)뿐만 아니라 EQT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QT는 미래를 만드는 회사이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우리의 DNA"라면서 "발렌베리가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정신이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살라타 회장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업계의 추세에 대해서는 "글로벌한 규모와 조직을 갖춘 사모펀드 운용사가 탄생하고 있고, 유한투자자(LP)도 관리 수월 등을 이유로 전보다 적은 수의 운용사와 관계 맺기를 선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국내 시각에 대해서는 "사모펀드의 주요 고객은 필연적으로 연기금 등 공적자금"이라며 "투자를 통해 창출된 수익의 일부가 이들에 돌아가면서 사회안전망 확충에 쓰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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