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가품 온라인 공세…韓, 고급화로 반격
저가 중국산으로 한국시장 잠식
韓유통사 해외명품 들여와 맞불
쿠팡, 300여개 브랜드로 확충
G마켓은 프리미엄 분유 직배송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빠르고 싼' 수입품을 들여오는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물가 추세로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쇼핑몰이 중국산 저가 제품을 빠르게 들여오면서 시장을 잠식해 나가자 한국 유통업계가 수입품 구매 편의성을 높여 맞불을 놓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쿠팡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쿠팡 수입관의 취급 브랜드를 300여 개로 늘렸다. 지난해 6월 수입관을 개설한 이래 반년 만에 다수 인기 브랜드를 확보한 것이다. 간편하게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며 식품은 기존 로켓프레시 유통망을 통해 배송해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가전은 로켓설치를 통해 빠르게 설치해주면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쿠팡 수입관의 인기 상품인 TCL LED TV 85인치형 스탠드 상품은 14일 기준 241만원에 판매 중인데, 이는 국내 경쟁 채널에 비해 18만원가량 저렴하다.
유통업계가 수입식품도 공들여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컬리는 스페인 올리브 농장과 공동 개발한 '컬리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출시했다. 현재 컬리에서 판매 중인 수입 올리브오일 품목은 100여 개인데, 2020년 대비 24% 늘었다.
'내 아이를 위해 좋은 것만 먹인다'라는 이른바 VIB족(族)을 겨냥한 제품도 유통업계가 공들이는 분야로 꼽힌다. 국내 분유 시장 규모는 저출생 추세가 심화하면서 급격히 축소되고 있지만 수입분유에 대한 수요는 VIB족 증가로 되레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G마켓의 2023년 수입분유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 늘었다. 이 결과, G마켓이 지난해 10월 오픈한 '맘마배송' 서비스는 영유아 부모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수입품에 대한 수요는 식품 등과 같은 생필품에 그치고 있지 않다. 고가의 해외 명품 또한 이커머스업계가 앞다퉈 상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쓱닷컴을 예로 들면 이곳에서 제공하는 해외 명품 직구 상품 수는 2022년 말 230만개에서 지난해 말 530만개로 늘어났다. 올해 말까지 73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쓱닷컴은 이달 국내 최초로 글로벌 럭셔리 이커머스 플랫폼 '네타포르테'의 해외 직구 공식 브랜드관을 열기도 했다.
오프라인 채널도 수입 브랜드 확보에 자원을 투입하긴 마찬가지다. 홈플러스는 디저트 등 약 40개 국가에서 수입한 900여 종의 식품을 판매 중이다. 바이어가 해외 상품을 직접 발굴하며 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직수입 상품의 경우 유통 단계를 축소해 가격 경쟁력까지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계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입품 라인업 확대를 과제로 내세우는 배경에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공세 영향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월간 사용자는 지난해 4월 413만명에서 같은 해 12월 713만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종합쇼핑몰 앱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채널에서 판매하는 수입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조달하지 않고는 소비자를 다 뺏길 판국"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직구 쇼핑몰의 인기에 더해 국내 이커머스까지 수입 경쟁을 벌이며 무역수지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해외 직접 판매와 직구 금액의 차이인 '직구수지'는 5조원 이상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모션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수입품 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중소업체들은 고사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유통 마진을 대폭 축소해 가면서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면 쿠팡 같은 대형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전자상거래 업체는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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