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두고 ‘혐오 조장’ 공화당·‘침묵’ 민주당···싸늘해진 아이오와 민심
15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첫 번째 코커스(당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를 앞둔 공화당 소속 후보들이 멕시코 국경 단속을 강화해 마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노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인종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마약으로 가족을 잃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피로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을 앞둔 공화당 후보들은 앞다퉈 ‘멕시코 국경 단속 강화’를 마약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등록 이민자들이 마약을 밀반입하고 있다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강조해왔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역시 미등록 이민자를 대거 추방해야 한다며 트럼프와 입장을 같이했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는 마약 운반을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즉시 총살해야 한다”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오이파이드)를 과다 복용해 사망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마약은 이번 대선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오이파이드 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7만5000명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마약 관련 사망자(약 11만명)의 약 68% 수준이다.
시민들은 강경 발언만 앞세우는 공화당 후보들에 피로감을 드러내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펜타닐로 아들을 잃은 데릭 키드는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하지만, “여전히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키드는 “후보들은 국경 강화에만 초점을 두고 있으며 마약 문제의 근원인 정신 건강과 교육 문제에는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왜 말뿐인 대책을 쏟아내는가. 우리는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멕시코를 향한 무력행사는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인종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고 지적해왔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데이비드 피터스 박사는 국경 강화에 초점을 둔 해법은 경제적 불평등, 가정 불화, 정신 건강과 같은 근본적 이유를 언급하는 것보다 ‘잘 팔리는’ 선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오이파이드 대책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는 “불법 펜타닐의 공급은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내는 미국 내부의 중독 문제를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책도 마약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좌절감을 키우고 있다. 펜타닐 관련 사고로 딸을 잃은 민주당원 안젤라 바우어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책을 요구해 자원 투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서한까지 받아냈지만, 그는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시 그에게 투표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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