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대만 대선결과 환영은 공동성명 위반... 결연히 반대"

[대만 총통 라이칭더]
블링컨 "민주주의·선거 힘 보여줘" 메시지… 中 "공동성명 위반"

(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2024.01.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중국 외교부는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된데 대해 미국 국무부가 환영 성명을 내자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국과 중국 간 3개 공동성명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며 14일 반발했다.

미국 국무부는 13일 라이칭더 당선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명의로 축하메시지를 내고 "미국은 대만 국민이 강력한 민주주의와 선거의 힘을 보여준 것을 축하한다"며 "미국은 강압과 압력에서 벗어나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 안정을 유지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미 국무부의 성명은 대만 지역과 문화, 상업, 기타 비공식 관계만 유지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대만 독립을 원하고 있는 분리독립 세력에 중대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문제는 중미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관계의 기본규범이자 국제사회의 일반적 합의이며 중미관계의 정치적 토대"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미국이 어떤 방식과 구실로든 대만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간 3개 공동성명을 실질적으로 준수하고 미국 지도자들이 대만의 지위를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으로 변경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과 대만 간 공식 교류를 중단하고 분리주의 세력에 '대만독립'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치러진 대만 대선에서는 친미 반중 기치를 앞세운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으로 분류되는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6.5%포인트차로 꺾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물론 연계된 미중 갈등이 재차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미 국무부 입장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기존 성명에 대한 일방적 파기나 수정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일정 정도 중국 달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조만간 의원과 전직 관료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추가 조치나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몇 주 안에 대만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경제·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국무부 논평을 통해 "당선된 민진당이 대만 주류 여론을 대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이번 선거 결과가 중국 통일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