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REVIEW]연장 혈투 올스타전-워니 MVP-패스 환상 덩크슛-이관희 감초-여성팬 76% '볼거리 풍성'
[스포티비뉴스=고양, 이성필 기자] 승부의 결과는 큰 의미가 없었다. 팬들에게 웃음과 즐거움, 행복을 안겨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연장 혈투를 벌여 승부를 가릴 정도로 진지했다.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올스타전이 1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렸다. 쿼터마다 집중 가능한 요소들을 적극 배치해 흥미를 유발했다.
KBL 마스코트를 따라 '팀 크블몽'과 '팀 공아지'로 구성됐다. '팀 크블몽'은 김주성 원주DB 감독이 수장을 맡았다. 허웅, 디드릭 로슨(원주DB), 이정현, 전성현(이상 고양 소노), 하윤기가 선발로 나섰다. 유기상(창원LG), 송교창(부산KCC), 박지훈(안양 정관장), 김낙현(대구 가스공사), 김시래(서울 삼성), 이관희(창원LG), 허일영(서울SK)가 팀의 일원이었다.
'팀 공아지'는 조상현 창원LG 감독이 지휘했다. 자밀 워니(서울SK), 최준용(부산KCC), 양홍석(창원LG), 김종규(원주DB), 이정현(서울 삼성)이 팬 투표에 의한 베스트5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이우석(울산 현대 모비스), 이재도(창원LG), 문성곤(수원KT), 대릴 먼로, 최성원(이상 안양 정관장), 이대헌(대구 한국가스공사), 강상재(원주DB)가 포함됐다.
최근 젊어진 KBL을 반영하듯 이날 체육관에는 여성 팬이 많이 보였다. 5,581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수진 KBL 홍보팀장은 "입장권 예매 비율에서 여성 76%, 남성 24%로 구성됐다. 최근 경기장마다 여성 팬이 많아진 것이 올스타전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여성팬으로 한정, 세부 연령으로 따지면 10대 14%, 20대 42%, 30대 28%, 40대 13%, 50대 2%, 60대 1%였다. 20대 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젊은 선수가 많아진 KBL의 분위기가 비슷한 세대의 입장권 구매로 이어진 셈이다. 10대 미만과 70대 이상은 0%로 부모나 자녀가 대리 구매하는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였다.
이전의 올스타전은 선수들이 춤을 추는 개인기에 긴장감 떨어지는 경기력으로 쿼터가 후반으로 흐를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더 진화했다. 1~3쿼터까지는 재미에 집중하고 4쿼터에는 진정한 승부를 가리도록 했다.
1쿼터 종료 후 3점슛 콘테스트에서는 이근휘(부산KCC)가 27점을 기록했다. 좌우 대각에서 던지는 3점슛이 모두 림을 제대로 통과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경기 전 예선에서 확실한 슛감을 보여줬기에 박수는 자동 발사였다.
2쿼터부터 보는 재미가 더 커졌다. 크블몽팀 최선참 허일영(서울SK), 공아지팀 최선참 대릴 먼로(안양 정관장)가 심판복을 입고 코트를 휘저었다. 두 명은 호각을 물고 정확한 판정을 약속했다. 2021-22 시즌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의 아들인 허웅, 허훈 형제가 심판을 봤던 기억이 있다.
허일영이 먼저 선수들을 지능적으로 조율했다. 김시래(서울 삼성)에게 트래블링을 선언하며 은근히 크블몽팀을 도왔다. 이를 눈치챈 먼로도 크블몽팀 벤치에 앉으라며 테크니컬 파울을 주는 행동으로 웃겼다.
하프타임에는 덩크슛 콘테스트가 있었다. 구탕이 동료 4명을 페인트 존 앞에 앉히고 그대로 이들을 통과해 덩크슛에 성공하며 박수받았지만, 패리스 배스가 엄청난 회전력으로 난도 높은 덩크슛을 보여주며 우승에 성공했다.
김주성, 조상현 두 감독은 소녀시대 '지(GEE)'에 맞춰 가볍게 춤을 추며 웃기더니 3쿼터에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김 감독에게는 김종규, 조 감독에게는 이관희가 1대1로 수비, 더 웃겼다.
체력이 되지 않아 이관희에게 계속 볼을 뺏겨 코트 위에 주저앉았던 조 감독이다. 이관희에게 머리를 맞는 등 팬들에게 폭소 대상이었다. 이관희가 최근 OTT 서바이벌 연예 프로그램에 등장해 주목받으면서 경기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았다.
이관희가 조 감독을 조련했다면, 김 감독은 김종규를 노련하게 수비하는 능력을 뽐냈다. 긴 팔을 이용해 골밑으로 돌진하는 김종규 옆구리를 툭 찔러 볼을 쳐냈다. 현역으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이었다. 덩크슛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지나간 세월이 상당함을 알려줬다. 김 감독이 무려 4득점, 조 감독은 2득점으로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두 감독의 득점은 양팀 주장 허웅, 최준용이 가져갔다.
4쿼터 시작 전에는 팬들이 직접 나와 신발을 던져 선수들이 등에 진 바구니에 받는 호흡을 보여줬다. 또, 선사할 선물을 걸고 장포 대결이 이뤄졌다. 중앙선 근처에서 소위 버저비터처럼 장거리 슛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크블몽 팀이 무려 7개를 넣으며 기쁨을 안겼다.
승부는 5분 40초를 남기고 101-100으로 팀크블몽이 1점 차로 앞서는 순간부터 진지해졌다.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심판진에 팀 공아지에 외국인 선수가 두 명이라 항의하는 이채로운 장면도 있었다.
종료 3분여를 남기고 팀공아지의 워니가 레이업슛에 성공하며 110-106, 4점 차가 됐다. 승부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1~2점 차 사이에서 짜릿한 승부가 이어지자 팬들의 몰입도도 정규리그와 같아졌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막아", "잡아"라며 훈수 두는 모습이었다.
정규 시간 내 끝나지 않은 경기다. 종료 7.8초를 남기고 이관희가 3점슛 동작에서 이우석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로 갈렸다. 이관희가 3개를 모두 넣으며 118-118,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2001-02 시즌 당시 남부-중부 대결의 연장전 이후 22시즌 만이었다. 역대 세 번째(1997-98, 2001-02, 2023-24) 연장 승부였다.
누가 더 고감도 득점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워니가 종료 2분29초를 남기고 3점슛에 성공, 125-122로 긴장감을 높였다. 워니는 한 번 더 3점슛에 성공, 128-122로 벌려 놓으며 사실상 경기 최우수선수(MVP)를 예약했다. 51득점 14리바운드면 MVP 자격이 되기에 손색 없었다.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135-128, 팀공아지의 승리였다. 워니는 첫 올스타전 MVP에 올랐다.
■ 2023-24 프로농구 올스타전 주요 기록
◆경기 최우수선수(MVP)
자밀 워니(서울SK) 51득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3점슛 5개)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이관희(창원LG)
◆3점슛 콘테스트 결과
이근휘(부산KCC)= 27점
앤드류 니콜슨(대구 한국가스공사)= 21점
오재현(서울SK)= 14점
디드릭 로슨(원주DB)= 12점
◆덩크슛 콘테스트 결과
패리스 배스(수원KT)= 1라운드 45점, 2라운드 50점 #우승
저스틴 구탕(창원LG)= 1라운드 49점, 2라운드 49점 #퍼포먼스상
이두원(수원KT)= 1라운드 42점, 2라운드 45점
듀반 맥스웰(대구 한국가스공사)= 1라운드 40점, 2라운드 46점
김건우(서울SK)= 1라운드 43점 2라운드 4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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