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약품 장남, OCI 통합에 반발…"필요시 최후 수단 동원"

2024. 1. 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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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오너 일가의 독단 경영으로 회사 경쟁력 훼손"
"필요하면 임시주총 열어 이사회 구성 바꿀 것"
이사회 결의의 적범성 검토하고, 가처분 신청 등 법정 대응 준비
"불필요한 잡음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최선"
이 기사는 01월 14일 1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와 직원들, 주주들을 위해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습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사진)은 14일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너 일가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경영으로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사장은 인터뷰 내내 착잡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영권을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는게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을 우려한 듯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미약품그룹 경영의 정상화"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임 사장은 "이번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은 하나의 사례일 뿐 창업회장님이 작고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런 식의 독단적인 결정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그릇된 판단을 참다못해 회사를 나간 핵심 인재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최강의 팀이 돼 인재들을 끌어모아도 모자랄 판에 잡고 있던 토끼도 다 놓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 소식이 기사를 통해 알려진 뒤 임 사장은 수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미약품그룹 전직 임원과 경영진 등 OB들의 연락이다. 임 사장은 "'이대로 한미약품그룹의 DNA가 사라지는 것이냐'는 회사 OB들의 연락을 받고 가장 가슴이 아팠다"며 "직원들과 주주들을 대변하는 '사이다' 역할을 나라도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의 가장 큰 문제로 충분한 고민이나 검토 없이 사실상 '날치기'로 진행됐다는 점을 꼽았다. 임 사장은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공동 경영을 약속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제대로 된 검토도,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아직도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나를 비롯해, 주주와 임직원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상속세 문제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토로했다. 임 창업회장 작고 이후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삼남매는 5000억원대 상속세를 마련해야 했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한미약품그룹은 꾸준히 경영권 매각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임 사장은 "회사가 언제 팔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거래처와 협력사 등과의 신뢰는 점점 더 떨어졌다"며 "결국 OCI그룹에 사실상 회사가 넘어가는 지경까지 왔다"고 했다.

임 사장은 가족들끼리 상속세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 사장은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연대책임"이라며 "DXVX와 코리그룹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친과 동생에게 수없이 제시했지만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임 사장은 이번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에 대해서도 사전에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실장에게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임 사장은 "모친과 동생은 아직까지 어떤 연락도,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임 사장은 이번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법정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우호지분을 모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이사회 구성 변경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임 사장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도 만나기로 했다. 임 사장은 "오늘(14일) 이 회장을 만나 구체적인 생각과 향후 계획을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회사는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불필요한 잡음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필요시엔 가처분 신청과 이사회 구성 변경 등 최후의 수단을 언제든지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행동주의펀드와 사모펀드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에서 여러 제안을 받았고, 회사에 가장 이로운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동생인 임종훈 사장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이번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0.56%를 가지고 있다. 두 형제의 지분을 합치면 20%에 달한다. 두 형제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지분이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이번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쥐고 있다. 임 창업회장과 인연이 깊은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 중이다. 임 사장은 "순리를 따르는 걸 좋아하시는 만큼 신 회장 역시 올바른 판단을 내리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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