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이지영 잘 쓰고, 신인 지명권까지 받았다…KBO 최초 삼각 트레이드 승자는 키움, 삼성 마지막 반전?
[OSEN=이상학 기자] KBO 최초 삼각 트레이드의 승자는 키움이었다. 5년간 주전 포수로 잘 쓴 포수 이지영(38)을 SSG로 사인&트레이드하며 신인 지명권까지 받았다.
키움은 지난 12일 FA 포수 이지영을 SSG로 보냈다. 2년 총액 4억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FA 계약한 이지영을 SSG로부터 2025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5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넘겼다. 계약 협상 주체는 SSG로 이지영 영입을 위해 총 6억5000만원과 3라운드 지명권을 썼다.
이로써 키움과 이지영은 2019년부터 이어진 5년간 동행을 끝냈다. 키움은 지난 2018년 12월7일 삼성, SK(현 SSG)와 함께 삼각 트레이드로 이지영을 영입했다. 키움이 외야수 고종욱을 SK로, SK가 외야수 김동엽을 삼성으로, 삼성이 이지영을 키움으로 보내는 조건. 3개 팀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리그 최초 삼각 트레이드로 화제가 됐다.
당시 키움은 주전 포수 박동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2018년 5월부터 KBO로부터 참가활동정지 징계를 받고 있었다. 포수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FA 강민호가 삼성에 온 뒤 백업으로 밀린 이지영을 노렸다. 2019년 2월 박동원이 관련 사건 무혐의로 결론나 복귀했지만 이지영과 안방을 분담했다.
2019년 이적 첫 해 이지영은 106경기 타율 2할8푼2리(308타수 87안타) 1홈런 39타점 OPS .632를 기록하며 안정된 수비로 안방을 지켰다.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한 뒤 3년 18억원에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FA 계약 후 4년간 키움에서 3번째 많은 427경기를 뛰며 타율 2할7푼5리(1132타수 311안타) 2홈런 112타점 OPS .646을 기록했다. 이 기간 1000이닝 이상 수비한 포수 18명 중 9이닝당 폭투·포일이 최소 5위(0.4개)였고, 도루 저지율도 3할을 넘겨 10위(30.2%).
포수치곤 쏠쏠한 타격에 안정된 수비로 키움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2021년까지 박동원과 비슷한 비율로 포수 마스크를 썼고, 2022년 4월 박동원이 KIA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이지영의 비중이 높아졌다. 2022년 풀타임 주전으로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이지영은 FA 계약 종료 후 일반 계약을 하면서 연봉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예비 FA 프리미엄이었지만 그만큼 활약을 인정받았다.
키움이 ‘예비 FA’ 박동원을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었던 것도 이지영이 있어 가능했다. 키움은 박동원을 주고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에 2023년 신인 2라운드(전체 12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이 지명권으로 뽑은 포수 김동헌이 지난해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후반기에 주전 포수로 올라섰다. 리빌딩에 나선 키움 기조에 의해 김동헌에게 자리를 내준 이지영은 SSG에서 새출발하지만 사인&트레이드로 지명권까지 남기고 떠났다. 3라운드 전체 28순위 지명권. 키움이 또 어떤 미래 가치를 뽑을지 궁금하다.
반면 키움에서 SK로 간 고종욱은 3년 만에 팀을 떠났다. 2019년 첫 해 137경기 타율 3할2푼3리(492타수 159안타) 3홈런 56타점 31도루 OPS .768로 활약했지만 2020년 타율 2할8푼3리(272타수 77안타) 3홈런 26타점 OPS .690, 2021년 88경기 타율 2할6푼7리(180타수 48안타) 2홈런 18타점 OPS .651로 성적이 떨어졌다. 타격 생산력 저하 속에 2021년 시즌 후 방출됐다. SSG는 장타자가 많은 팀 구성상 정교하고 빠른 교타자 고종욱을 데려와 밸런스를 맞추고자 했지만 2019년 한 해만 재미를 봤다.
SSG에서 방출된 고종욱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22년부터 KIA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풀타임 주전은 아니지만 찬스에 강한 대타 요원으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주전으로도 60경기 나서며 비중을 높인 지난해 114경기 타율 2할9푼6리(270타수 80안타) 3홈런 39타점 OPS .722로 활약하면서 2년 5억원의 FA 계약도 따냈다. SSG에서 방출은 아쉽지만 KIA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삼각 트레이드 이후 가장 아쉬운 선수는 김동엽이다.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 ‘라팍’ 효과를 살리기 위해 삼성은 2017~2018년 SK에서 홈런 22개, 27개를 터뜨린 김동엽을 야심차게 데려왔다. 그러나 2020년 한 해만 홈런 20개로 기대를 충족했을 뿐, 나머지 4시즌은 6개가 최다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타격폼을 하나로 정립하지 못한 채 기복 심한 타격을 반복했다.
삼성 이적 후 김동엽의 5년간 성적은 343경기 타율 2할6푼4리(1053타수 278안타) 37홈런 145타점 OPS .727. 지난해에도 69경기 타율 2할5푼5리(165타수 42안타) 5홈런 18타점 OPS .701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송구 약점으로 수비 기여도가 낮은 김동엽은 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나이도 34세가 됐다. 삼각 트레이드 선수 중 유일하게 팀에 남은 김동엽이 마지막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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