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플랫폼 허물어뜨릴까 … AI제국 MS의 부상
◆ 매경 포커스 ◆
인공지능(AI)판 앱마켓인 'GPT스토어'가 등장했습니다.
구글의 앱마켓플레이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마켓인 '앱스토어' 같은 역할을 하는 스토어가 하나 등장했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이나 유저들이 만든 챗봇 등 각종 AI 서비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서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득 2021년에 페이스북이라는 회사명을 바꾸고 메타버스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메타가 떠오릅니다. 메타버스에서 이름을 따오면서까지 새 시대를 열어젖히고 싶은 회사를 이해해야,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힘의 방향이 마이크로소프트(MS)로 흐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GPT스토어 출시…AI판 앱스토어 등장
오픈AI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GPT스토어를 출시했다고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기업이나 개인 개발자는 GPT스토어에서 챗GPT를 기반으로 개발한 맞춤형 챗봇 앱을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개 첫날 스토어에 공개된 GPT 수만 300만개에 달합니다.
'AI판 앱스토어'가 출시된 겁니다. GPT스토어는 이용자들이 챗GPT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봇을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스토어입니다. 2007년 아이폰 혁명으로 이어진 스마트폰 시대에 안드로이드는 구글플레이, iOS는 앱스토어에서 사용하고픈 앱을 내려받은 것 같습니다.
2022년 11월 생성형AI 챗GPT가 출시된 이후 오픈AI는 비용을 지불하면 이용자 스스로 챗봇을 만들고, 원하는 데이터를 수시로 뽑아낼 수 있도록 작동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요.
'GPT 빌더'라는 서비스입니다. 코딩을 모르는 개인도 GPT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게 한 겁니다. '영어·수학 GPT'처럼 교육용 챗봇을 만들거나 '요리·칵테일 GPT' 등 각종 레시피와 관련한 것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가장 유명했던 GPT챗봇은 독일 철학자 니체를 학습시켜 만든 '니체 GPT'였습니다. 니체와 관련한 각종 문헌을 학습시킨 뒤 질문을 던지면 GPT가 니체 그 자체로서 답을 해주는 것이죠. GPT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만의 철학자'를 만들고 테스트해보라는 얘기가 많았으니까요.
이제 GPT스토어 문이 열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만들어둔 챗봇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됩니다.
오픈AI는 "코딩 경험이 필요하지 않고 개발자가 원하는 만큼 간단하거나 혹은 복잡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GPT스토어를 소개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GPT를 코딩 없이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앞으로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과 웹사이트를 포함해 더 많은 장소에서 맞춤형 AI 챗봇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GPT 스토어 전체 랭킹 1위는 '컨센서스(Consensus)'라는 'AI 리서치 어시스턴트'입니다. 컨센서스는 무려 2억편의 학술 논문을 학습했고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인용이 포함된 답을 작성해줍니다. 'Ai PDF'도 눈에 띕니다. 2GB까지 PDF 파일을 업로드하면 긴 문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주는 겁니다.
한편 오픈AI는 GPT스토어 등장과 함께 GPT가 더 탁월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뉴스 콘텐츠를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죠.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미국 언론사 수십 곳과 저작권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름 바꾼 메타…"플랫폼 아니라 힘들었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바꾼 것의 의미를 이해하면, GPT스토어의 등장이 가진 속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21년 이름을 바꿀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애플과 구글 때문에 스마트폰 시대에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인식이 컸습니다.
저커버그는 "우리가 증강현실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페이스북이 스마트폰과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는 본질적으로 콘텐츠 기업이고, 아무리 노력해봐야 애플과 구글의 앱마켓에서 다운로드해야 이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입니다. 플랫폼 기업이 되지 못하고 콘텐츠 기업이 되면 플랫폼 기업의 기조가 바뀔 때마다 내부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메타가 이름을 바꾸기 전인 2021년 페이스북과 애플의 충돌이 예입니다. 애플은 2021년 4월부터 아이폰 사용자들이 자신의 사용 기록을 페이스북 등 스마트폰 앱이 수집하지 못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페이스북 광고주들은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면서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졌고요. 이후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급락하게 된 것은 예측 가능한 미래였죠.
GPT스토어는 AI 시대라는 미래의 판을 주도하는 새로운 장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들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GPT스토어를 떠올릴 것이고, 이곳에서 나만의 챗봇을 구매해 다운로드할 겁니다. 물론 초반에는 개인들의 이용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기업을 중심으로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하면 GPT스토어의 파급력은 커질 겁니다.
애플과 구글 시대 끝?…MS의 시대 온다
이제 MS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S는 챗GPT가 2022년 11월에 등장하기 3년 전에 오픈AI에 1차 투자를 했습니다. 이후 오픈AI 모델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2020년에 맺었고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세 번의 투자를 통해 지분 50%를 확보한 대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오픈AI는 MS의 '애저 클라우드' 위에서 운영하도록 계약을 맺었습니다. 오픈AI의 성장은 곧 MS 클라우드의 성장과 연결된다는 겁니다.
이미 MS의 PC용 운영체제 윈도 11의 업그레이드 버전에는 GPT가 탑재됐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제공한 'MS 365 코파일럿'인데요. MS 365는 워드와 엑셀, 아웃룩, 팀즈 등이 포함된 MS 사무용 소프트웨어입니다. 여기에 GPT를 탑재해 사용자 요청에 맞춰 문서와 텍스트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회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회의 내용을 요약해줍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당시 "내 계정에서 코파일럿과 채팅하게 돼 기쁘다. AI 비서와 일하는 것은 1980년대의 PC, 1990년대의 인터넷, 21세기 모바일의 부상만큼이나 주목할 만하다"고 자평했습니다. 기업들이 업무에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이미 MS 윈도에 서비스가 깔리기 시작했고, GPT스토어 출시로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던져야 하는 질문은 바로 아래 세 가지입니다. △MS가 깔고 있는 오픈AI 판으로 향후 AI 시장을 독식하게 될까 △자체적으로 AI 모델과 반도체까지 만드는 구글은 지난해 말 출시한 '제미나이 AI'로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메타와 IBM을 중심으로 개방형 AI를 개발하는 오픈소스 진영은 얼마만큼 빠르게 세를 불려갈 수 있을까.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던 모바일 시대의 말미에 새로운 AI 시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올해 AI와 관련해 위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겁니다.
홍성용 기자는 '네이버vs카카오' '메타버스3.0' 등을 집필하며 국내외 대표 플랫폼 기업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의 숨은 뒷얘기를 파헤친 '홍키자의 빅테크' 시리즈도 격주 연재합니다. '돈 버는 테크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구독하세요.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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