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판결 이후…윤 대통령, 대언론 소통 풀릴까 더 꼬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MBC에 대한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청구 소송 1심에서 정부가 승소하면서 패소 때의 ‘역풍’ 부담을 덜게 됐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드러난 국정운영 책임자의 적대적 언론관, 악화한 대언론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윤 대통령의 과제로 남았다. 신년 기자회견 여부가 1차 관문이 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법원의 정부 승소 판결 직후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통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바로 잡고 소모적 정쟁을 가라앉히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를 향해서는 “허위 보도는 대단히 무책임”, 야당을 향해서는 “논란에 가세해 유감”이라고 했다. 1년 넘게 경색된 대언론 관계 회복, 직접 소통 재개 등을 두고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이 표면화한 분기점으로 꼽힌다. 2022년 9월 말 발생한 이 사안을 계기로 그해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됐다. 언론 탄압 비판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2022년 11월 18일 출근길 문답)이라고 반박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취임 이래 6개월간 이어진 출근길 문답이 폐지됐다.
윤 대통령이 이후 적대적 언론관을 표출하면서 언론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와 관련해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세력이 잡아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면서 “이런 세력들하고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신문의날 축사와 4·19 혁명 기념사 등 공식 석상에서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하는 일이 늘었다. ‘가짜뉴스 엄단’이 언론 대응 기조로 자리매김한 반면 공개 문답은 차단됐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았고, 13차례 해외 순방에서 기내 간담회는 없었다.
‘바이든-날리면’에서 시작된 논란은 윤 대통령의 강경 대응 기류를 타고 대통령의 언론관, 언론정책 문제로 비화해왔다.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형사고발, 이에 따른 검찰의 언론인 대상 강제수사 등도 일상화했다. 1심 판결 이후에도 경색된 대언론 관계는 강경 대응의 결과물로 남아있다.
언론 소통을 재개할 계기로는 신년 기자회견이 꼽히지만 14일 현재에도 개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언론 소통에 대해서는 언제나 고민하고 있다”면서 “(신년 회견 여부 등은) 여러 가지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회견이 불발될 경우 일방적 국정 소통이 장기화하는데 대한 비판이 강화할 수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네 차례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이중 가장 늦은 시점은 문 전 대통령의 2021년 1월 18일 회견이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지난 12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발언이 이루어진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등을 종합해볼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윤 대통령이 ‘바이든’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서 ‘바이든’을 넣은 MBC의 보도 자막이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허위보도가 됐다고 했다. MBC는 ‘허위 보도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즉각 항소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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