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국순회 키워드 ‘격차 해소’···김종인 “레토릭만 ,무슨 격차 해소한단 건가”

문광호 기자 2024. 1. 14.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브랜드로 ‘격차 해소’ 재차 강조
구체성 떨어져 “정치적 수사” 지적도
지역연고 강조·민주당 청산 대상 규정
과거 정치인들과 차별성 없단 평가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의자 위에 올라서서 지역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2주 간 진행한 전국 순회 키워드는 ‘격차 해소’였다. 한 위원장은 14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이고 없애는 데 힘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어떤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성이 떨어져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청산 대상으로 규정하고, 지역에 다니면서 연고를 강조하는 모습에 ‘여의도 문법’을 이미 익힌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전국 순회 마지막 일정으로 충남 예산군 충남도당을 찾아 “충남 동료 시민들의 일상에 존재하는 각종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일상의 격차들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데 이런 숱한 격차에 대한 해소를 위해 각종 자료와 데이터가 축적된 정부가 보다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이 말한 우리 사회 여러 분야, 다양한 격차 해소에 정부는 인식을 같이한다”고 화답했다.

한 위원장이 격차 해소를 총선 브랜드로 꺼내 든 것은 지난 2일부터다. 당시 한 위원장은 전국 순회 신년인사회의 첫 일정으로 찾은 대전시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앞으로 100일 남은 총선에서 격차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서울 출퇴근 문제, 지방과 서울의 문화시설 차이, 파출소 수 등을 거론하며 “격차 해소는 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예지 비대위원이 정보격차 해소를, 한지아 비대위원이 건강격차 해소를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는 “당이 집중하려는 격차 해소를 통해 개별 시민의 삶이 개선될 만한 사항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여기 경기도”라며 출퇴근·통학을 위한 교통망 확충을 공약했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열린 ‘미래 일자리 현장 간담회’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 지역격차의 해소와 문화격차의 해소”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격차 해소를 구체적으로 보면 과거 정치인들의 지역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 위원장이 지금 국민의힘에 와서 하는 건 레토릭만 있지 별로 실체가 없지 않나”라며 “격차라는 게 무슨 격차를 해소한다는 건가. 격차라는 말은 여기저기 다 써서 붙일 수가 있는 것이고 한 위원장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미 다 오래전부터 얘기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부터 제일 큰 격차가 소득의 양극화 아닌가”라며 “그게 하나도 해결이 안 되고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본적인 노선을 보면 자유시장 경제만 강조하고 그런(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인데 이제 와서 격차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16차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협의회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 대책과 연휴 안전 대책, 교통대란 대책 등 민생 현안 전반을 논의한다. 문재원 기자

한 위원장이 ‘여의도 정치인’의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역을 찾을 때마다 자신의 연고를 강조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유치원, 강원도에서는 부모님의 고향이자 자신이 군 생활을 보낸 곳, 부산에서는 좌천당했을 당시 야구장을 찾았다는 얘기를 꺼냈다. 대구는 “정치적 출생지”라고 했다. 이날도 충남 예산군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어릴 적에 충청인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가칭 개혁신당을 창당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한 위원장이 여의도 사투리를 안 쓰겠다고 하더니 최근에 팔도 유람으로 다 연고를 강조하고 있다”며 “가장 전형적인 여의도 문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청산 대상으로 규정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습도 과거 국민의힘 대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피습 당한 직후 날이 선 발언을 자제했던 한 위원장은 지난 10일 부산 방문부터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충남도당에서도 “특권을 하나하나 내려놓겠다. 이재명 대표를 보호해야 하는 민주당은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강경한 발언에 현장을 찾는 당원과 지지자, 유튜버들은 열광했다. 한 위원장은 의자 위에 올라서 손을 흔들고, ‘셀카’ 요청에 부지런히 응하는 등 호응했다. 이는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도로 나타나는 모양새지만 당의 지지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국민들이 서서히 알아봐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