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권리 보장' 이태원 특별법, 어떻게 보시나요 [이슈+]

이슬기 2024. 1. 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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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필요한가'부터 여야 대립
'피해자 지원' 규정도 정치 쟁점화
법안 향배, 결국 국민 여론에 달린 듯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159명의 압사 사고와 관련한 특별 법안(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한 가운데서다. 

민주당은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쓸 꿈조차 꾸지 말라"고 압박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 신중하게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이태원 특별법을 둘러싼 양당의 입장을 살펴봤다. 

 ◆특조위 구성…"포괄적 조사 안 이뤄져" vs "더 이상 뭘 조사"

이태원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관련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특조위 직원 정원은 60명이며, 필요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활동 기간은 1년 이내이지만 필요시 3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년 6개월간 활동이 가능하다.

특조위의 '특검 요청권'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원안에서 삭제됐고, 원안에 있던 '유족 측 인사 참여'도 가결된 안에서는 빠졌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가 지난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이 주도로 발의한 '이태원 특별법' 제안 이유 "10·29 이태원 참사는 다중 인파가 밀집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재난관리 책임 기관들이 예방, 참사 대응 및 수습 등 전방위적 관리 및 대처를 하지 못해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고, 참사 이후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적절하거나 부실한 조처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재난관리 책임 기관들 전반에 대한 포괄적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적절한 조처를 받지 못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 "159명의 국민이 희생된 사회적 참사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어떻게 국론 분열과 관련돼 있나?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검경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상이 대부분 드러났다'고 했지만, 검경 수사의 결과는 정부 책임이 없다는 면죄부였고, 누구 한 명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여야 한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안전이 아니라 정쟁과 갈등을 선택한 것이다.", "진상 규명이라는 법 취지부터 말이 안 된다. 500여명을 투입해 조사·수사가 충분히 이뤄져 관련자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이다. 민주당 주도로 55일에 걸쳐 국정조사도 이뤄졌다. 더 이상 무엇을 더 조사한단 말인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굉장히 많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상 대부분이 드러났다. 야당이 주도하는 (특별) 조사위원회가 1년 반 동안 조사를 한다면 국론이 분열될 것이다." 

◆"희생자·피해자 지원 근거 마련" vs "진짜 피해자 구제는 뒷전"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특별법에는 특조위 구성 외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간병비 등 각종 지원 방안, 추모 공원 설립 등의 내용이 광범위하게 담겼다. 이 중에서 정치 쟁점화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희생자가 아닌 '피해자' 규정과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태원 특별법은 '10·29 참사에 당시 사망한 사람'은 희생자로 규정했다. '피해자'는 △희생자의 유가족 △참사 당시 긴급 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근로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 △그 밖에 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희생자에 대해서는 추모공원 조성, 추모 기념관 건립, 추모비 건립 등을 진행하도록 했고, 법률이 규정한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피해자에게 필요한 생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 건강, 복지, 돌봄, 고용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도록 했고, 피해자에게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도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 (대전시가 운영하는 '대전사회 혁신센터'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위로 공연을 위한 대관을 거부한 것과 관련한 논평에서) "길거리를 걷다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대체 왜 민감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속에서 천불이 난다. 이는 명백히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비수를 꽂는 무도한 행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피해자 권리구제가 목적이라면서도 금전적 지원은 대강의 내용조차 규정하지 않고,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사람을 모두 피해자라고 규정하여 진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구제는 뒷전이다. 국민적 슬픔마저 정쟁에 활용하는 민주당의 구태 정치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 여론 주시하며 고심

여당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재난을 정쟁화하려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159명의 사망자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법이기에 여론을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특조위가 수백억원대 예산을 쓰고서도 정작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당정은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2일 이태원 특별법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 "다음 주 금요일 정부로 이송할 예정이다. 그 전에 재의요구권을 건의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국민 여론을 더 들어보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안 자체의 적절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태원 특별법의 운명은 국민 여론에 쥐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여론을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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