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민진당 재집권, 전쟁 걱정 안되나요" 묻자 대만인들 대답은
"실리" vs "자유"…대만 국민들은 양안 문제 놓고 여전히 양분
(타이베이=뉴스1) 정윤영 기자 = "홍콩과 같은 미래가 닥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우리는 이미 독립 국가인데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시켜 얻을 실리가 무엇인가."
'미중 대리전'으로도 평가받던 대만 총통 선거의 결과는 민진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총통 선거 이후 만난 대만인들은 여전히 양안 문제에 대해 양분된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시켜 챙길 수 있는 실리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고, 다른 이들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유를 지켜내지 않으면 대만은 결국 홍콩처럼 중국의 감시와 탄압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친미·반중·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당선인은 40%의 지지로 당선됐는데, 2위 친중 성향인 국민당 후보는 33%, 3위 중도 성향인 민중당 후보는 26%를 받았다. 이는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민진당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익명의 민진당 지지자는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대만 해협에 전쟁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가'란 질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중국은 결코 우리를 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겨우 지도에 대만 땅 하나를 영토로 얻겠다고 중국이 자신들의 국가 존립을 베팅할지 나는 회의적이다. 게다가 지금 중국의 경제는 매우 안좋기 때문에 중국이 근시일 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중국이 정말 침공한다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다. 대만은 제1도련선에 있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무조건 방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나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만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 해군력의 팽창을 저지해야 하는 경계선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을 잇는 도련선)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만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해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다른 민진당 지지자는 "라이칭더가 당선돼서 너무 다행이다. 우리는 독립 국가다. 그가 차이잉원 총통의 업적을 이어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가 독립 국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들은 너무 분열돼 있다. 하지만 홍콩이 우리의 미래가 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대만의 미래를 위해 중국에 맞서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시킬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의견도 팽배하게 맞섰다.
서비스업계에 종사한다는 한 여성은 자신이 민중당(중도 노선의 제2야당) 지지자라고 밝히면서 "라이칭더가 중국을 너무 배척하지 않고 교류를 확대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독립 국가라는 사실은 대만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라이칭더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큰 소리로 외치며 중국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해서 불필요한 말로 중국을 자극하면 경제가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만 20대 남성은 자신이 어느 정당에 투표했는지 밝히길 거부하면서도 "어제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주변 사람들이 '이제 대만해협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국민당은 가끔 너무 지나치게 중국 편향적이다. 라이칭더에게 바라는 점은 지금처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현상을 유지하고 중국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전날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밝힌 한 30대 여성은 "그나마 후보 3명 중에 국민당을 지지했는데, 라이칭더가 선출된 이상 민생을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 생계가 나한테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반중·친미·독립 노선의 라이칭더가 선출되면서 양안(대만-중국)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안 관계에서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라이칭더는 중국과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약해 선거 전부터 중국의 심기를 건들여왔다.
이에 중국은 민진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만해협에 전쟁 위험이 커질 것이란 메시지를 대만 유권자들에 여러 차례 발신해왔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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