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이후 ‘국유지’된 땅, 모르고 팔았다면?···법원 “서울시, 옛 땅 주인에 손실보상금 50억 지급”
50여년 전 홍수로 잠긴 서울 송파구 한강 변 땅이 하천으로 편입된 것을 모른 채 팔았다면 뒤늦게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국유지를 대상으로 한 사인 간 매매계약은 무효로 봐야 하며, 서울시가 원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송파구 일대 토지를 소유했던 고 윤모씨의 자손 12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원고들에게 총 49억5000만원의 보상급을 지급하라”고 했다.
윤씨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토지를 소작농들에게 배분하는 농지개혁에 따라 1959년 서울 성동구(현 송파구) 일대 1322평 땅을 취득했다. 그는 1969년 사망하면서 남은 가족들에게 땅을 상속했는데, 1972년 서울에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이 땅이 물에 잠겨 ‘포락지’가 됐다. 윤씨의 유족들은 이듬해 땅을 당시 돈 35만원에 팔았다.
이후 서울시는 1974년 이 일대를 잠실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 대상지로 지정하고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땅의 주인이 바뀌어 최종 소유자가 된 A씨는 2002년 송파구로부터 하천편입에 따른 손실보상금 4억2000여만원을 받았다.
윤씨 자손들은 땅을 판 지 48년이 지난 2021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토지는 1972년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하천구역으로 편입돼 국유지가 됐고 이후 체결한 매매계약은 무효”라며 “서울시는 하천편입 당시의 소유자 및 그 승계인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토지는 잠실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해 국유화된 것이지 대홍수 때문에 하천구역에 편입됐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매매계약이 이뤄진 때는 국유지가 되기 전이었으므로 당시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윤씨의 자손들이 1973년 토지를 매도할 때 손실보상청구권 내지 손실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는 지위도 같이 양도한 것”이라며 “토지를 매수한 A씨 측에 손실보상금을 기지급했으므로 원고에게 재차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증거와 영상,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해당 토지는 1972년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하천 구역에 편입될 수 있다”면서 “하천 구역으로 편입돼 국유화된 토지는 개인 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매도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해당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청구권은 매도시점으로부터 시간이 흐른 1984년 하천법에 따라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원고 측이 손실보상청구권을 양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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