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00일', 더 강경해진 네타냐후… 세계 곳곳 반전시위

김하늬 기자 2024. 1. 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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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네타냐후, 인도적 지원물자 오가는 유일한 통로 폐쇄 주장
이, 국경서 군사작전 준비 보도도… 세계 곳곳서 반전 시위
[텔아비브=AP/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물리치기 위해 전 세계가 이스라엘 뒤에서 단결해야 한다"라며 국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2023.10.18.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15일(현지시간) 100일이 된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1%가 사망했고 80% 이상이 난민이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개전 99일째인 이날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 수는 최소 2만3903명인데, 이중 3분의 2가 여성과 미성년자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남쪽, 이집트 국경 폐쇄까지 주장했다. 국경 아래 밀수 터널로 하마스가 전투물자를 들여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곳은 가자지구로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가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이집트 국경 폐쇄해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14㎞ 구간의 필라델피 회랑을 폐쇄하기 전까지 종전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하마스를 파괴하고 가자지구를 비무장화해야 한다. 군사 장비와 다른 치명적 무기들이 이 남쪽 개방구(필라델피 회랑)를 통해 계속 들어올 것이므로 당연히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이래, 필라델피 회랑을 밀수 통로로 이용해왔다고 의심해왔다.

이에 대해 이집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 외무부 대변인은 "라파 국경으로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있어 이집트 정부의 역할이 있는데, 이를 이스라엘이 방해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CNN방송은 "이스라엘의 폐쇄 조치가 현실화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외부 세계로의 접근을 이스라엘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한 발 나아가 이스라엘이 국경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현직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필라델피 회랑의 가자지구 쪽 입구에 군사력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이를 이집트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집트는 자국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100일째... 더 강경해진 네타냐후
[가자지구=AP/뉴시스] 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에서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으로부터 대피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데이르 알발라를 통해 남부로 향하고 있다. 2024.01.06.
네타냐후 총리는 "오늘은 전쟁 100일, 우리 국민이 학살당하고 인질로 잡힌 끔찍한 날로부터 100일이 되는 날로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도 악의 축도,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악의 축'이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을 통칭하는 서방측 용어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가 국제법이 금지한 집단 학살에 해당한다며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심리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스라엘 측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하마스 대대 대부분을 제거했다"면서도 "가자지구 북부에서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위험이 존재하는 한 거주민들(난민)을 이곳에 돌려보내는 건 국제법상 맞지 않다"며 팔레스타인 난민의 복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UN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인류애 더럽혔다"… 곳곳 반전시위
[로마=AP/뉴시스]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반유대주의 및 테러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의 평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 집회는 로마의 유대인 공동체가 주최했다. 2023.12.06.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이날 가자지구를 방문해 "지난 100일간 발생한 대규모 사망, 파괴, 이재민, 굶주림, 상실, 슬픔이 우리 공동의 인류애를 더럽히고 있다"고 규탄했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가자지구 전역에 걸친 지속적 포격으로 하룻밤 사이에 삶의 터전을 잃고 불안정한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유동적 상태에 놓인 주민들이 대량으로 이주하게 됐다"며 "1948년 이후 팔레스타인 최대 난민 이동"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가자지구 전체 200만 인구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과밀하고 비위생적인 UNRWA 대피소는 이제 14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집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전했다. 또 "음식과 위생 모든 것이 부족해 이들은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질병도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 100일을 앞두고 전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일본 등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억류 중인 인질 송환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최대 12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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