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박람회로 6억 벌 수 있어요”…뚜껑 열어보니 실매출 1천만원, 결국 소송전

도글리·여기다댕댕이 법적 분쟁
‘패션펫페어’ 매출액 놓고 소송
예상 매출 3억, 실매출은 천만원
法 “현저한 차이, 비용 돌려줘야”
여기다댕댕이 측 판결 불복 항소

여기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랫폼 ‘여기다댕댕이’에서 진행되는 펫페어 홍보 이미지. [사진 출처 = 여기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자사 플랫폼에서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면 매출 3억원을 올릴 수 있다면서 마케팅 비용 등을 받아낸 업체가 이 금액을 도로 토해낼 처지에 몰렸다. 실제 매출이 1000만원밖에 발생하지 않자 비용을 낸 업체가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14일 매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병휘 판사는 애견 의류 플랫폼 업체 ㈜시고르자브종이 반려견 정보 플랫폼 기업 ㈜여기다컴퍼니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계약 취소에 따른 원상 회복으로 여기다컴퍼니는 시고르자브종이 지급한 라이선스 비용 등 합계 34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애견 의류 플랫폼 ‘도글리’를 운영하는 시고르자브종은 2022년 12월 여기다컴퍼니와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시고르자브종이 라이선스·마케팅 비용을 지급하면 여기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랫폼 ‘여기다댕댕이’를 통해 온라인 반려동물 패션 박람회 ‘패션펫페어’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다컴퍼니 측은 패션펫페어를 1회 진행하면 최소 3억원에서 최대 6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고르자브종은 이에 라이선스·추가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총 3430만원을 지급했다.

홍주영 시고르자브종 대표는 당시만 해도 “온라인 행사의 장을 통해 견주분들은 높은 할인율로 편하게 겨울옷을 만나볼 수 있고 브랜드들 역시 재고나 행사 준비에 대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패션펫페어를 개최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지난해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패션펫페어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행사에서 시고르자브종이 올린 실제 매출은 1050만원에 그쳤다.

시고르자브종은 패션펫페어에서 배너광고를 한 업체의 광고효율을 확인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요청했다. ▲광고 클릭율·원인 분석 ▲마케팅 방법별 효과를 확인할 전환율 데이터 ▲패션 펫페어 주문고객의 주문취소 내역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다컴퍼니는 시고르자브종 요청에도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시고르자브종은 여기다컴퍼니의 기망 행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면서 그동안 지급한 비용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다컴퍼니는 재판 과정에서 ‘시고르자브종 측 준비가 소홀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법원은 시고르자브종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시고르자브종이 여기다컴퍼니에 지급한 비용 등은 패션펫페어를 통해 약 3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경우 시고르자브종이 얻을 순이익 상당액”이라며 “여기다컴퍼니의 확신이 없었다면 시고르자브종은 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다컴퍼니 주장과 같이 시고르자브종의 준비 소홀이 있었다 해도 여기다컴퍼니가 자신한 예상 매출액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여기다컴퍼니가 과거 같은 행사를 진행할 당시 최소 3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김 판사는 “여기다컴퍼니는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 매출액을 기망해 시고르자브종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계약은 여기다컴퍼니의 기망을 이유로 한 시고르자브종의 취소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정 다툼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다컴퍼니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