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에 워홀 작품 산다"… 돌아온 미술 조각투자
11억원짜리 구사마 '호박'은
16일 투게더아트서 청약 나서
시장 유동성 공급할지 주목
현재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토큰증권발행 여부에 촉각
12일 오전 10시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소투(Sotwo)에서 앤디 워홀 '달러 사인'의 조각투자 공모가 시작됐다. 작품가 7억원을 최소 10만원 단위로 모집해 이론적으로 최대 6300명이 작품을 나눠 소유할 수 있다.
자사의 선매입 물량은 10%인 700조각이고, 배정은 공모가 끝난 다음 날인 19일 확정된다. 증권사의 기업 공모와 비슷한 균등 50%+비례 50%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물량의 절반은 균등하게 배분되고, 나머지 절반은 투자금에 비례해 나눠진다.
잠정 휴업 중이었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시즌2'를 알리며 돌아왔다. 실물자산을 쪼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는 2022년 말 금융당국 제재로 기약 없이 모집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12월 13일 신탁수익증권 기초자산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제도권 편입이 이뤄졌다. 국내 조각투자 4사는 작년 말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듭하며 '재수' '삼수'한 끝에 공모를 재개했다.
금융당국이 미술 조각상품 1호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승인하면서 지난해 12월 18일 조각투자 모집이 재개됐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이날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 '호박'을 경쟁률 6.5대1에 첫날 완판했다. 다만 증거금을 받지 않아 '묻지 마 청약'이 이뤄지면서 26.5%를 회사가 보유하게 됐다.
케이옥션이 운영하는 투게더아트도 16일 구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 '호박'을 11억8200만원에 청약에 나선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단순 분할 소유권을 나눠 가지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각 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되, 제휴를 맺은 증권사·은행 등 금융기관에 실명계좌로 투자금을 예치해야 청약이 이뤄진다. 감정 평가도 외부 기관을 통해 이뤄졌다. 예를 들어 소투의 '달러 사인'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서 7억3000만원의 감정가를 받는 등 2곳에서 평가를 받아 공개했다.
과거 1000원에서 10만원으로 단위도 커졌다. 아트앤가이드는 1인 최대 300주(3000만원)로 제한을 뒀고, 타사는 제한이 없다. 자사 배정도 아트앤가이드·소투는 10%, 투게더아트는 5%다. 소투·투게더아트 등은 청약증거금이 100%로 '묻지 마 청약'은 불가능하다. 각 사는 의욕적인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구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등을 대상으로 올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투도 "블루칩 작품 위주로 월 1회 공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화가 이뤄지면서 돈을 떼일 위험이 사라졌지만 '허들'은 남아 있다. 호황기를 온전히 통과한 소투는 현재까지 총 123점을 거래해 단기간에 평균 14.09% 수익률을 거뒀고 최고 수익률은 천경자의 '여인의 시'로 211.5%를 기록했다. 다만 2년 전과 달리 시장이 침체기다. 조각투자는 작품 매각까지 수년이 걸려도 수익 실현은 물론이고 '손절'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조각투자가 '롱런'할지는 수익성 확보에 달렸다. 해외 경매 등으로 고가의 수수료를 들여 작품을 조달하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제도화로 저변이 확대된 조각투자가 재개되면서 국내 미술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수천만~수억 원짜리 작품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 미술시장에 개미의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어서다. 2021년 전성기 시절 국내 조각투자 총액은 5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커진 바 있다. 작년 국내 경매시장 총액은 약 1535억원이다.
가장 큰 변수는 자산 소유권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의 정식 시행 여부다. 주식시장이 '공모주 열풍'으로 달아오른 것처럼 작품 가치와 상관없이 거래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엑시트'를 할 수 있어서다. 관련 법안인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시행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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