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에 워홀 작품 산다"… 돌아온 미술 조각투자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1.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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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투 '달러사인' 공모 시작
11억원짜리 구사마 '호박'은
16일 투게더아트서 청약 나서
시장 유동성 공급할지 주목
현재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토큰증권발행 여부에 촉각
12일 소투에서 청약을 시작한 앤디 워홀 '달러사인'.

12일 오전 10시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소투(Sotwo)에서 앤디 워홀 '달러 사인'의 조각투자 공모가 시작됐다. 작품가 7억원을 최소 10만원 단위로 모집해 이론적으로 최대 6300명이 작품을 나눠 소유할 수 있다.

자사의 선매입 물량은 10%인 700조각이고, 배정은 공모가 끝난 다음 날인 19일 확정된다. 증권사의 기업 공모와 비슷한 균등 50%+비례 50%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물량의 절반은 균등하게 배분되고, 나머지 절반은 투자금에 비례해 나눠진다.

잠정 휴업 중이었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시즌2'를 알리며 돌아왔다. 실물자산을 쪼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는 2022년 말 금융당국 제재로 기약 없이 모집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12월 13일 신탁수익증권 기초자산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제도권 편입이 이뤄졌다. 국내 조각투자 4사는 작년 말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듭하며 '재수' '삼수'한 끝에 공모를 재개했다.

금융당국이 미술 조각상품 1호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승인하면서 지난해 12월 18일 조각투자 모집이 재개됐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이날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 '호박'을 경쟁률 6.5대1에 첫날 완판했다. 다만 증거금을 받지 않아 '묻지 마 청약'이 이뤄지면서 26.5%를 회사가 보유하게 됐다.

투게더아트가 16일 공모하는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케이옥션이 운영하는 투게더아트도 16일 구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 '호박'을 11억8200만원에 청약에 나선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단순 분할 소유권을 나눠 가지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각 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되, 제휴를 맺은 증권사·은행 등 금융기관에 실명계좌로 투자금을 예치해야 청약이 이뤄진다. 감정 평가도 외부 기관을 통해 이뤄졌다. 예를 들어 소투의 '달러 사인'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서 7억3000만원의 감정가를 받는 등 2곳에서 평가를 받아 공개했다.

과거 1000원에서 10만원으로 단위도 커졌다. 아트앤가이드는 1인 최대 300주(3000만원)로 제한을 뒀고, 타사는 제한이 없다. 자사 배정도 아트앤가이드·소투는 10%, 투게더아트는 5%다. 소투·투게더아트 등은 청약증거금이 100%로 '묻지 마 청약'은 불가능하다. 각 사는 의욕적인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구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등을 대상으로 올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투도 "블루칩 작품 위주로 월 1회 공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화가 이뤄지면서 돈을 떼일 위험이 사라졌지만 '허들'은 남아 있다. 호황기를 온전히 통과한 소투는 현재까지 총 123점을 거래해 단기간에 평균 14.09% 수익률을 거뒀고 최고 수익률은 천경자의 '여인의 시'로 211.5%를 기록했다. 다만 2년 전과 달리 시장이 침체기다. 조각투자는 작품 매각까지 수년이 걸려도 수익 실현은 물론이고 '손절'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조각투자가 '롱런'할지는 수익성 확보에 달렸다. 해외 경매 등으로 고가의 수수료를 들여 작품을 조달하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제도화로 저변이 확대된 조각투자가 재개되면서 국내 미술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수천만~수억 원짜리 작품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 미술시장에 개미의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어서다. 2021년 전성기 시절 국내 조각투자 총액은 5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커진 바 있다. 작년 국내 경매시장 총액은 약 1535억원이다.

가장 큰 변수는 자산 소유권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의 정식 시행 여부다. 주식시장이 '공모주 열풍'으로 달아오른 것처럼 작품 가치와 상관없이 거래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엑시트'를 할 수 있어서다. 관련 법안인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시행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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