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에 사드 보복 '악몽'이 또…라이칭더 승리 영향은?

김도현 기자, 김인한 기자, 한지연 기자, 강주헌 기자 2024. 1. 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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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파장을 예의주시한다.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할 경우 반도체 등 국내 산업·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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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 13일 대만 타이베이 민진당 당사 앞에서 열린 선거 승리 행사에서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1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파장을 예의주시한다.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할 경우 반도체 등 국내 산업·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의 승리로 친미적인 성향의 정권이 연장됨에 따라 미국과 대만 양국의 경제협력이 증진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이 경쟁력을 갖고 있고 미국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 온 반도체 분야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대만은 그동안 반도체 산업을 지원· 육성하고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대만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를 보유한 경쟁국이다. TSMC의 해외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오던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했을 경우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민진당 정권이 유지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경쟁 구도가 크게 변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위험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시스템연구본부는 14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으로 본 한국 과학기술 대외전략 시사점' 보고서에서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초격차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공급망 문제는 국내 관련 업계에 지속적인 이슈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대만 전체 수입품목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중국이 민진당 정권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 핵심 교역품 반출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한국에는 대만 문제에 대한 선명한 입장을 취하라는 외교적 압박이 들어올 수 있어 대만뿐 아니라 한국에도 부담을 주는 수준의 공급망 공세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사드 보복 때와 같은 상황도 우려한다. 이 경우 자동차·배터리·건설기계·로봇 등 중국에서 핵심 원자재를 들여오거나 중국사업을 펼치는 업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무협협회는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양안 관계에 대해선 급속한 악화보다는 현 긴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주요 공급망을 점검하고 주요 시나리오별 전략 검토 등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라이칭더 당선자는 국방력 강화, 미국·일본 등 민족주의 국가와 연대 강화, 중국 경제의존도 축소 등 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면서 "중국도 양안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작아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선거 결과 이후 대만과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중국 비중을 줄여 과거 수준의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부정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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