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서 ‘8년 집권’ 징크스 깬 광부의 아들…부총통된 ‘고양이 전사’

이종섭 기자 2024. 1. 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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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라이칭더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지지자들 앞에서 축포를 맞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지난 13일 치러진 제16대 총통·부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賴淸德·65)·샤오메이친(蕭美琴·52)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집권 연장의 꿈을 이뤘다. 1996년 4년 중임의 대만 총통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한 정당이 8년 넘게 집권하게 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 당선인은 대만에서 8년 주기 정권 교체 징크스를 깨는 동시에 부총통 출신으로는 처음 총통 자리에 오르는 두 가지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옛 타이베이현 완리향(현 신베이시 완리구)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라이 당선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국립 대만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그는 1998년 민진당의 텃밭인 타이난에서 입법위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타이난 시장을 거쳐 2017년 행정원장에 임명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키웠다.

2020년 총통 선거 때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의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부총통 후보가 됐고, 4년간 차이 총통과 손발을 맞추며 정치 기반과 대중적 지지도를 높인 끝에 마침내 총통 자리에 오르게 됐다. 스스로를 ‘대만 독립을 위한 일꾼’이라 칭한 바 있는 그를 중국은 ‘완고한 독립·분열주의자’로 규정한다.

부총통으로 4년간 라이 당선인과 함께 하게 될 샤오 당선인은 ‘고양이 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 집권 2기에 주미 대사격인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를 지낼 당시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에 맞서 유연한 ‘전묘(戰猫·고양이 전사) 외교론’을 설파한 탓이다.

부총통으로 선출된 샤오 당선인 역시 주미 대표부 대표 시절 자신의 트위터에 ‘주미 대만 대사’로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친미·독립 성향이 강한 편이다. 그는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라다 고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공부했다.

미국 주재 민진당 대표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당 외교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천수이벤(陳水扁) 총통 시절에는 그의 통역을 맡았다. 2001년부터는 4차례 입법위원을 지냈다. 2020년 선거에서 낙선한 후 같은 해 7월부터 주미 대표부 대표로 일하다 지난 연말 부총통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한때 미국 이중국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샤오 당선인은 미국통으로서 주로 대미 관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베이이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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