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이준석·중도, 한동훈 앞에 놓인 3가지 숙제 [최병천의 인사이트]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4·10 총선의 진용이 짜이고 있다. 지도부가 바뀌고, 탈당하고, 신당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흐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등장이다. 등판 이후 한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차범위에서 다투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찬반' 구도가 되길 원한다. 여당 생각은 다르다.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되길 원한다.
한 위원장에게는 3가지 숙제가 있다. 첫째, '김건희 특검법'이다. 김건희 여사는 2009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계좌를 빌려줬다. 여기까지는 팩트로 확인됐다. 관건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협조했는지 여부다. 언론사들은 신년 여론조사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적절한지 물었다. 65%가 부적절하다는 중앙일보 조사 등 대체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60%대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 조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적절하다는 여론은 서울 59%, 인천·경기 69%, 부산·울산·경남 65%, 대구·경북 56%다. 이념 성향이 중도층인 경우 73%다. 중도층의 최대 덩어리로 평가받는 20대는 64%, 30대는 67%다. 지역, 이념 성향, 세대 모두에서 중도층은 압도적인 비율로 김건희 특검법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 '이슈의 강도'가 관건
한동훈 위원장은 초기부터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1월5일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국회의 재의결 시점이다. 민주당은 최대한 총선 때까지 특검법 이슈가 지속되길 원한다. 여권은 반대 입장이다. 총선은 아직 3개월 남았다. 한국은 새로운 이슈가 차고 넘친다. '이슈가 이슈로 덮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당은 최대한 빨리 매듭짓고, '다른 이슈'로 넘어가기를 기대한다.
둘째, 특검법에 대한 이슈의 강도(intensity)다. 여론조사는 동의·반대의 규모는 알 수 있지만, 해당 이슈를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개헌' 이슈가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한지 물으면 60% 이상이 동의한다. 그런데 '의제의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사회복지 확대, 개헌 등을 열거식으로 물어보면 개헌은 가장 후순위로 잡힌다. 국민에게 4년 중임제 개헌의 경우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정도의 이슈다.
국민에게 김건희 특검법은 얼마나 절박한 이슈일까? 윤석열 정부를 반드시 심판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재료로 생각하는 이슈인지, 아니면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이슈로 생각하는지 현재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알 수 없다. 총선에서 뚜껑을 까봐야만 알게 될 것이다.
한 위원장의 두 번째 숙제는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얼마나 방어할지 여부다. 이준석 신당은 나흘 만에 당원 4만 명을 모았다. 출발이 나쁘지 않다.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진박 감별'을 추진했다.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당대표는 탄압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 123석, 국민의힘 122석이었다. 민주당의 승리에는 '보수의 분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16년 총선은 새누리당도 분열하고, 민주당도 분열했는데 보수의 분열이 더 강했던 경우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였고, 집권당의 분열이었고,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이 '중도 성향'이었기에 보수 유권자의 이탈이 용이했다.
이준석 신당의 에너지는 두 축이다. 한 축은 2030세대의 지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는 '무당파' 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다. 다른 한 축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층'이다. 지난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된다. 많은 사람은 이번 총선도 '비호감 총선'이 될까 우려한다. 이준석 신당은 '비호감 총선'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985년생 이준석은 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확실하게 '차별화'가 된다. 1973년생 한동훈은 윤 대통령 입장과 동조화되어 있다. '차별화'는 분명하지 않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고, 12월28일 비대위 명단을 발표했다. 핵심 콘셉트 중 하나는 '세대교체'다. 지명직 비대위원 8명의 평균 나이는 43.7세다. 20대 1명, 30대 1명, 40대 4명, 50대 2명을 배치했다(이후 58세인 민경우 비대위원이 사퇴해 평균 나이는 더 젊어졌다).
중도 확장 행보는 아직 미흡한 수준
한동훈 비대위가 평균 나이를 40대 초반으로 구성한 것은 두 가지 포석을 담고 있다. 하나는 '민주당 86세대'와 차별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985년생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방어하는 것이다. '세대교체' 콘셉트를 통해 민주당과 전선을 긋고,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을 방어하려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향후 인재 영입과 공천까지 추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숙제는 중도 확장 여부다. 선거는 51% 게임이다. 진보계열 정당은 '진보+중도연합'을 통해 51%를 달성하면 승리한다. 보수계열 정당은 '보수+중도연합'을 만들어 과반 이상을 달성하면 이긴다. 중도 확장이 선거 승패의 핵심인 이유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났다. 현재까지 활동을 종합해 보면 '간판 교체 효과'는 분명히 작동했다. 여당이 '윤석열 당'에서 '한동훈 당'으로 바뀐 효과가 있다. 윤 대통령 노출이 줄고, 한동훈 위원장 노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바람직한 변화다. 윤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이 집권여당 지지율보다 낮은, 역대 대통령과는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여당 지지층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많음을 의미한다. 한 위원장의 등장으로 '보수의 결집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반면 간판 교체 효과 이외의 중도 확장 행보는 미미하다. 비대위원의 인적 구성도 뉴라이트 세계관에 빠져있거나, 과거 SNS와 유튜브 등에서 자극적인 발언을 했던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중도 확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다.
정리해 보자. 한 위원장의 3대 숙제는 ①김건희 특검법 ②이준석 신당의 파괴력 차단 ③중도 확장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위원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방어하는 것은 선제적으로 '세대교체론'을 제기하면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중도 확장은 '간판 교체'로 인해 보수 결집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도 확장 행보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비상한 위기에 여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비상대책위원장은 과연 총선 전까지 국민이 내준 숙제를 다 끝마칠 수 있을까. 여기에 많은 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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