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리조트 홍보하다 '울릉도 러브' 노래 내버렸죠"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4. 1.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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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美쳤다
조현재 코오롱그룹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홍보 수석
그룹 리조트 홍보하며 울릉도와 운명적 만남
5년간 매달 2회 이상 울릉도 오간 '울릉맨'
코오롱 사내 밴드 '콜라보' 리드보컬도 맡아
전국 밴드 대회 경연 돌며 상금까지 '싹쓸이'
여수밤바다 같은 '울릉도러브' 노래도 제작
"사람들 입에 불리며 울릉도 매력 퍼졌으면"
'코스모스 꼭 취재 와달라' … 역시나 홍보맨
뮤직비디오 '울릉도 러브' 편에 직접 출연해 자신을 쏙 빼닮은 가수 이장희 동상 옆에서 엄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현재 수석.

여행과 음악의 공통점이 있다. '힐링'이다. 여행은 장소로, 음악은 선율로 뇌를 풀어준다. 힐링을 선사한다.

그런데 여기 이 두 개 영역을 동시에 넘나드는 여행인이 있다. 본캐. 그러니까 진짜 직업은 홍보맨이다. 그룹 리조트 중 하필이면 울릉도, 그곳에서도 초럭셔리로 꼽히는 곳을 콕 집어 홍보한다. 부캐. 부차적인 캐릭터는 가수다. 심지어 정규 앨범까지 냈다. 코오롱그룹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홍보를 전담하고 있는 조현재 수석(차장)이다.

"2008년 코오롱그룹 공채로 입사했죠. 영업맨을 거쳐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맡았는데, 운명처럼 울릉도에 꽂혔죠."

한창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사내 방송과 사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겨울 콘텐츠용으로 '겨우살이' 프로그램을 취재할 당시, 울릉도 현장을 찾아간 게 울릉도와 첫 인연이다. 코오롱글로텍은 울릉도에서 럭셔리 스테이 명소, 코스모스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숨이 멎었죠. 겨울 울릉도라니. 그냥 쳐다보는 족족 그림이었어요. 취재라는 게 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냥 운명 같은 곳을 알린다 정도…."

이후 코스모스리조트를 전담했던 동기 직원이 이직하면서 그는 대뜸 손을 들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울릉도와의 운명이 시작'됐던 거다.

올해는 울릉도와 연을 맺은 지 햇수로 딱 5년째다. 몇 번을 다녀왔냐고 묻자 그가 웃는다. 한 달에 1~2회는 무조건 간다고 한다. 길게는 2주씩 묵는다.

콜라보 앨범 재킷

"아마 울릉도 주민이 아닌 사람 중에는 방문 횟수 톱5 안에 들 겁니다. 고향보다 많이 가는 셈이죠"

그렇다면 음악은? 역시나 '운명'이다. 하이톤인 그는 성균관대 재즈 동아리 그루브(Groov) 보컬 출신이다. 나름 전통이 있던 대학 동아리라 신입은 공연 때 쓰지도 않는데, '01학번' 우연이 2001년도, 신학기 첫 공연에 무대에 선 것이다. 인생 첫 무대 경험이었던 것. 그 이후? 그의 말대로라면 '공부'만 한다.

"음악 딱 끊었죠. 그런데 운명처럼 또 그룹에서 사내밴드를 모집했던 거죠.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했거든요. 그룹 사내 행사에 끼 있는 직원들을 쓰자는 차원이었죠."

그렇게 탄생한 게 코오롱 사내 밴드 콜라보다. 코오롱그룹의 'KOLON'에 파이팅을 의미하는 브라보(Bravo)를 합쳐 콜라보라고 지었다. 당연히 협업(collaboration·컬래버레이션)의미도 담고 있다. 주임부터 차장까지, 계열사가 각기 다른 직원들이 계급장 다 떼고 음악 하나로 뭉쳤다.

조 차장은 여기에 '욕심'을 부린다. 그룹 내 연말 정기공연과 체육대회 행사 공연을 도맡으면서 아예 자작곡을 만들었던 것. 그렇게 한 곡 한 곡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내공이 쌓여 간다. 사고를 친 건, 직장인 밴드 대회 도전. 실제 실력이 어느 정도 될지 검증하자는 말이 나왔고,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직장인 밴드 대회' 도장 깨기에 나선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 수원 대회가 생각나네요. 그때 자작곡 '샐러리맨'을 들고 나갔는데, 덜컥 대상을 타버린 거죠."

그게 대형 사고의 시작이다. 나주, 군포, 울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밴드 대회를 아예 올킬시키며, 탄력을 받아버린 거다. 대상을 포함해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수상을 매번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선출(선수 출신)' '대상 킬러' 같은 뜻하지 않게 공포스러운(?)운 애칭까지 달린다.

전국 대회 도장 깨기를 하며 자작곡도 쌓였다. 그렇게 쌓인 곡이 총 14곡. 이게 아까워 2021년 7월엔 정규 앨범까지 냈다. 타이틀은 '비행 사원'. 뜻을 물었다.

"꿈을 좇아 날아가는 의미를 담아 '비행 사원'이라고 지었죠. 물론 진짜 '비행'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요(웃음). 본캐(회사원) 말고, 부캐(다른 꿈)를 한번 키워봐라, 그게 당신의 인생을 또 한번 띄우는 비행일 수 있다, 뭐 이런 뜻…."

이쯤 되니 궁금해 졌다. 수입. 회사 월급 외에 저작권료 수입으로 비자금(?) 규모가 상당할 것 같다고 툭 던졌다.

"울산 대회에 나가서 상금 700만원 정도 받은 게 아마 최고인 듯해요. 저작권료로 가장 많이 번 건 당연히 첫 자작곡 '샐러리맨'이죠. 얼마일까요"

되레 질문을 던진다. 뭔가 있는 게다. 아니나 다를까. 콜라보 사내 밴드의 수익은 철저히 'n분의 1'이다. 공동 배분이라니. 물론 기여도를 따진다. 가사를 쓴다고 치자. 한 글자라도 많이 기여한 이가 1%라도 더 가져가는 구조다. 샐러리맨 저작권료로 지금까지 쌓인 수익은 2000만원 선. 역시나 n분의 1로 나눴다. 참으로 민주적인 밴드인 셈이다.

홍보 담당과 가수. 본캐와 부캐 두 생활이 힘들지는 않을까. 전혀 문제 없다는 게 조 차장의 설명이다. 오히려 그는 신이 난다. 심지어 시너지 효과까지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콜라보가 만든 14곡에는 곡마다 뮤직비디오가 곁들어져 있다. 당연히 전국 여행 명소가 다 들어간다. 그가 가장 아끼는 게 울릉도 편이다.

콜라보 뮤비 울릉도러브편 엔딩 장면

"멤버들에게 당연히 제 사랑 울릉도를 제안했고, 흔쾌히 오케이를 받았죠. 엔딩 장면에서 멤버 전원이 나와서 손뼉을 치는 장면, 그곳이 울릉도 내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 관음 연결다리지요.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 이게 우리 멤버를 연결하고, 회사와 저를 연결하고, 본캐(홍보)와 부캐(가수)를 연결하는 그 의미지요."

인터뷰를 끝내는데 조 차장이 팔을 붙잡는다. 왜?

"기자님, 여행전문기자시잖아요. 울릉도 취재는 언제 한번 가실래요? 겨울, 이때가 제철이거든요."

아, 천상 홍보맨이 맞다. 정초부터 뜻하지 않게 울릉도를 찍게 생겼다. 뱃멀미 심한데, 어쩌나.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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