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재고조…한국은행 '물가 전망' 변수되나
'홍해·호르무즈' 위기…확전 불안감 고조
당장 영향은 제한적, 국제유가 비교적 안정
금통위서 '중동 리스크 완화' 판단했던 한은 "점검할 것"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잦아드는 듯했던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홍해를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해운 운임이 급등해 글로벌 물류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유가도 상승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과 며칠 전 중동 불안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던 한국은행으로선 골머리를 앓게 됐다. 물가와 경제 전망을 대폭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전 주 대비 16.3% 오른 2206.03를 기록했다. SCFI 지수가 2000선을 넘은 것은 2022년 9월 23일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최근의 지수 상승세는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지난 연말부터 홍해를 지나가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반발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물류 동맥인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했다. 이에 선박들은 홍해를 통과하는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택했고 운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SCFI 지수는 후티 반군의 본격적인 홍해 민간 선박 공격으로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기 시작한 지난달 15일(1093.52)에 비해선 101%나 올랐다.
긴장감은 지난 주말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자 미국과 영국 다국적군은 예멘 내 후티 반군 장악 지역 16곳을 타격하는 등 보복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이튿날엔 미군 단독으로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을 목표로 재차 공격을 실시했다.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일단은 전개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등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보고 있진 않다”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영향 자체가 지속성이 있을지 담보하기 이른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78.2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14% 오른 수준이다. 브렌트유는 한 달 전(73.24달러)과 비교해 5달러 정도 올랐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2일 72.7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은도 당장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한은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돼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 5명 모두가 향후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졌고, 주목해서 봤던 하마스 사태나 대외 경제 불안 리스크가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은 설명은 유가가 다시 상승한다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영·미 다국적군의 후티 반군 공격 소식이 들려오자 장중 4%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장 후반으로 갈수록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상승폭 상당분을 반납해 1%대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이번 주초부터 급등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중동 상황을 하나의 리스크로 감안하고 있기는 하다. 한은 관계자는 “중동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중동 지역은 국제유가도 그렇고 운임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리스크로 감안하고 있어야 한다. 추이를 보면서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한은은 다음달 22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물가, 경제 전망 등을 발표한다. 지난해 11월 올해와 내년 연간 물가 상승률을 각각 2.6%, 2.1%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률은 각각 2.1%, 2.3%로 예상됐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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