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80% 정확도로 리튬 캐낸다… AI로 핵심광물 찾는 지자연

지자연, AI 기반 핵심광물 예측 플랫폼 개발
지구화학도, 지질도, 스마트 마이닝 기술 접목
리튬 11곳 매장 가능지역 선별..올해부터 탐사

지질자원연의 AI 기반 핵심광물 부존 예측 모델이 국내에서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예측한 결과 지질자원연 제공

지질자원연의 AI 기반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자원량 예측 플랫폼 개념도

과거 금광 개발 등에 잘못 투자했다가 큰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은 광산 투자업자의 온갖 꼬임과 속임수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패가망신한 경우가 대부분였다. MB 정부 때는 국가가 직접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다가 국민 예산만 탕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등 핵심 광물을 둘러싼 자원패권 경쟁이 점차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각국이 광물자원 탐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핵심 광물 탐사와 확보에 AI(인공지능)가 '신의 한수'가 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호주 광물탐사 스타트업 '어스 AI(Earth AI)'는 AI를 활용해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의 미개발 지역에서 고급 몰리브덴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가 활용한 AI 솔루션은 호주 지형에 대한 지질과 지구물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주 대륙 전체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광물을 대상으로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킨 AI 알고리즘이다. 기존 전통적인 광물 탐사법의 평균 탐사 성공률은 0.5%에 불과하고 탐사 비용이 평균 1억 달러에 달하는 데, AI를 활용해 탐사 성공률을 12.5%으로 높이고 비용은 200만 달러로 낮췄다.

국내에서도 핵심 광물 탐사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AI 기반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자원 예측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지질, 지화학, 지구물리 등의 핵심 광물 데이터베이스와 정밀 물리탐사 데이터를 활용해 핵심 광물의 광종별 부존 잠재성을 평가하고, 원격무인 및 육상·항공탐사 등 무인탐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자원량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지질자원연은 우리나라 전체 하천퇴적물(2만5600개 지점)에 대한 시료 정보를 담은 지구화학 데이터에 지질도, 단층·암맥도 등 지질학적 요소가 담긴 지질도, 스마트 마이닝 기술 등을 활용해 AI로 학습시켜 광상학적으로 리튬 매장 가능성이 높은 폐광산 11곳을 선별할 수 있었다.

이 예측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기존 지구화학도와 예측 결과를 비교한 결과, 리튬 탐지 정확성은 80%, 정밀성 88%, 재현성 73%에 달했다. 또한 지구화학도에 없는 새로운 리튬 매장 지점도 찾아내는 결과를 얻었다.

지질자원연은 AI 기반으로 예측된 리튬 광상대에 대한 탐사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해 실제 매장 여부와 AI예측 모델을 최적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평구 지질자원연 원장은 "전국 규모의 지구화학 자료를 활용해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핵심광물의 부존 여부를 예측한 AI 기반 예측 모델을 올해부터 현장탐사에 본격 적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신규 희토류 탐사뿐 아니라 자원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등으로 AI 예측모델 적용을 넓혀 우리나라가 핵심광물 생산국이 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활발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