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 태도 문제 전혀 없는데?"…도르트문트, 텐하흐 저격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제이든 산초를 다시 품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에릭 텐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해 화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CEO 한스 요아임 바츠케는 14일(한국시간) 경기가 끝나고 "산초는 규율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바츠케는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만 산초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산초는 가끔 지각을 한다. 그의 내부 시계는 아직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계속해서 "산초는 정말 좋은 선수이지만 가끔 너무 늦게 오긴 한다"면서도 "누가 그러한 이야기(규율 문제)를 지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산초에 대한 태도 논란은 텐하흐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아스날과 4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이 문제의 발언이 나온 장소였다. 텐하흐 감독은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에 대해 입을 열었다.
"스콧 미드필더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입을 연 텐하흐 감독은 제이든 산초에 대해선 "훈련에서 성과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매일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그래서 우린 선택지가 있고, 산초는 이번 경기에 선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개 석상에서 경기력이 아닌 태도 문제를 지적받은 산초는 성명서를 내고 "불공평하다"고 반박했다.
"사실과 다른 것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주 훈련에서 아주 잘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확신하지만 언급하지 않겠다"며 "난 오랫동안 희생양이었다. 이것은 불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텐하흐 감독이 지적한 산초의 규율 위반 중 하나는 지각으로 알려졌다. 게임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예정됐던 시간보다 늦게 훈련장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산초는 맨유 선수단과 다시 뭉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텐 하흐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주요 정보를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톡방에 산초가 제외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초의 지각 문제는 도르트문트 시절부터 있었다고 했다. 더선에 따르면 제시 린가드는 "나와 산초, 마커스 래시포드, 폴 포그바 등은 매일 규칙적으로 게임을 한다. 우리가 하는 게임은 '콜 오브 듀티'다"라고 말했다.
산초의 지각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뒤에도 이어졌다. 최근 몇 년간 맨유에서 가장 지각을 많이 한 선수는 산초와 폴 포그바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네마냐 마티치가 내부 징계위원회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벌금을 내도록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시즌 동안 벌금을 7만5000파운드를 모았음에도 바뀌는 건 없었다.
마티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을 떠올리며 "첼시에 있을 때는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했다. 시간을 꼭 지켰고, 훈련에 늦지 않았다. 그러나 맨유에서는 지각이 거의 매일 일어났다"고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은 화가 났다. 그래서 일종의 징계위원회를 구성했고, 내가 회장을 맡았다. 나는 벽에 지각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을 수 있는 종이를 붙였다. 특정 기간 동안 지각비로 약 7만5000 파운드가 모였다"며 "항상 늦는 선수 중엔 폴 포그바와 제이든 산초가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몇 명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SPN은 "맨유 라커룸은 산초의 행동에 질색하고 있다. 맨유 동료들이 산초의 행동에 진절머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산초는 2021-22시즌을 앞두고 이적료 8500만 유로(약 1100억 원)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산초를 현재와 미래로 판단해 거금을 투자했다.
문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오고 성장세가 멈췄다. 도르트문트에서 보여준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산초는 이적 첫해 29경기에서 3골 3도움에 그쳤다. 이적 첫해를 적응기로 바라봤으나 지난 시즌에도 26경기 6골 3도움에 머물렀다. 도르트문트에서는 한 시즌에 20골까지 넣어봤던 특급 재능이었는데 지금은 동료들이 진절머리를 떨 정도로 추락했다. 장기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멈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어깨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친정팀 복귀였다. 등 번호 10번을 달게 됐다.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활약을 통해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오는 6월 독일에서 유로2024가 열린다.
도르트문트는 산초를 통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재정적인 부담도 적다. 산초의 주급 33만 7,000유로(약 4억 8,635만 원) 중 맨유가 11만 6,000유로(약 1억 6,740만 원)를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주급 절반만 주고 산초를 6개월 동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맨유는 주급을 보조하면서까지 골칫거리인 산초를 떠나보내고 싶었다.
에딘 테르지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산초와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임대 이적이 확정되기 전에 이미 산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나는 어시스턴트 코치 때부터 헤드 코치인 지금까지 산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연락했다. 처음에는 '산초, 원하는 게 있어?' 등을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 그가 우리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말했다. 우리는 그가 다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 만약 산초가 준비가 됐다면 그에게 기회를 줄 준비가 됐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초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복귀 소감을 밝혔다. "오늘 라커룸에 들어왔는 데 집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단 내부를 잘 알고 있고, 이곳 팬들과 가깝게 지냈다. 담당자들과 연락을 끊은 적도 없었다"라며 "팀 동료들을 다시 보고, 경기에 나서 얼굴에 미소를 띈 채 축구를 하면서, 골을 넣고 도움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로 향하도록 돕겠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산초 복귀를 이끈 제바스티안 켈 도르트문트 단장은 "산초는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그와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도시와 우리 팬들, 우리 클럽을 알고 있다. 그가 최근 몇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는 빠르게 정착할 것이다. 그는 최고의 컨디션을 찾아 자신의 재능으로 우리의 시즌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도르트문트로 돌아온 산초는 이날 메르크 슈타디온 암 뵐뢴팔토르에서 열린 다름슈타트98과의 2023-24 독일 분데리스리가 17라운드에 후반 10분 교체로 투입되어 마르코 로이스의 골을 도우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나고 "팀에 복귀하니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경기장에 서게 돼 기분이 좋았다"며 "팀에 돌아와 로이스를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그의 골을 도와 기쁘다. 도르트문트에서의 목표는 경기를 다시 즐기는 것이다.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와 팀을 도와 기쁘다. 팀을 3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르트문트는 5경기 만에 승리를 올리며 8승6무3패 승점 30으로 리그 5위가 됐다. 다름슈타트는 2승4무11패 승점 10으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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