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친미후보 당선에 韓 반도체 반사이익? 악영향?(종합)
미중관계 갈등 격화시 글로벌 공급망서 '불똥' 우려도
무협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 상수화…공급망 사전 점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정세 변화가 한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다.
첨단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은 한국에게도 핵심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꼽힌다.
정부와 경제·산업계는 향후 대만 정세가 한국에게 도전과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라이칭더 당선인이 차이잉원 현 총통과 같은 민진당 소속이지만, 친미·독립 성향이 한층 더 강하다고 알려진 만큼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대만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한국 반도체가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중국이 경제·외교·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 압박에 나선다면 이 자체가 첨단 반도체 등을 수급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는 리스크로 이어지고, 이들 기업은 위험을 피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가장 유력한 대안인 한국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이 그간의 침체 터널을 벗어나 반등을 시작한 여세를 몰아 올해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 관계, 양안 관계 등이 어떻게 안정을 찾을지 올 연말까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계기를 만들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중 갈등 수위가 현재보다 높아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에 '불똥'이 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현재보다 격화한다면 이 같은 공급망 전쟁 구도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미국과 첨단산업 동맹인 한국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해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연달아 진행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반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을 틀어쥔 중국이 미중 갈등과 맞물려 한국에게도 수출 통제 등의 부정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0월 펴낸 '중국 흑연 수출 통제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업체 공장이 중국에서 흑연을 들여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변화에 따른 '반도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에 대만을 더욱 적극적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도 전략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진당 후보가 당선돼 양안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고 세계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좀 더 가속할 수 있다"며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지원을 통해 초격차 기술적 우월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양안 관계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협은 대만이 반중(反中)독립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을 회피하려는 각국의 고려에 따라 양안 관계도 악화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을 사전에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블룸버그는 최근 대만에서의 무력 충돌 시 최악의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감소율이 -23.3%로 대만(-40%) 다음으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관리 모드'로 접어든 만큼 중국이 대만 외 한국으로까지 전선을 넓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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