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80대 할머니들 “문해교육 받으니 삶이 바뀝니다”
홍성군, ‘가정방문 문해교육’ 등 프로그램 운영
2026년 개교 ‘학력인정 중·고등학교’ 설립 추진
“어릴 때 글을 배우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에 글을 읽어야 할 때 ‘글씨가 보이질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당당히 한글을 읽고 있어요.”
충남 홍성군 청광마을에서 3년간 문해교육을 받은 김정숙씨(80), 이금분씨(87), 이종을씨(85)의 얘기다.
세 사람은 지난 9일 충남 홍성군청 군수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용록 홍성군수와 만난 자리에서 손수 작성해온 감사의 편지를 낭독했다. 김씨는 “글을 알게 되니 깜깜하기만 했던 세상이 밝아보인다”며 “지금까지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주신 홍성군수와 문해교사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배움에 있어서는 나이와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분이 문해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홍성군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해교육을 받아왔다.
현재 홍성지역에는 10여 명의 문해교사와 강사가 2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하고 있다. 청광마을에서는 김씨 등 5명이 한글을 배워왔다.
홍성군은 2009년부터 정규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어르신 등에게 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가정방문 문해교육’과 ‘찾아가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주 1회 직접 가정을 찾아 글을 가르치고,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마을회관에서는 주 2회 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초등학력(3년)과 중등학력(3년)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3년간 각 프로그램의 일정 시수 이상을 참여한 학습자는 해당 학력을 취득할 수 있다.
홍성군은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군립 중·고등학교 설립도 2026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초등·중학교 졸업장을 받으신 어르신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장’ 취득을 원하는 분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고등 검정고시를 치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이 컴퓨터 활용에 익숙하지 않는 것도 ‘군립 중·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이밖에 홍성군은 향후 어르신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지역대학인 청운대·혜전대 등과 관련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청운대와 혜전대에서는 만학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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