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까지 못 볼 수도"…'두문불출' 김건희 여사 어디에?
특검 재표결 정국에 '김건희 리스크' 난감
당내서도 "尹 리더십 위해 해소해야" 촉구
"총선까지 공개 행보 자제할 가능성 높아"
야권의 총공세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14일로 꼭 한 달째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가 마지막이다.
김 여사는 지난 9일 역대 영부인들이 통상적으로 참여한 문화 예술인 신년 인사회와 신년 음악회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두 행사 모두 참석했지만, 올해에는 윤 대통령만 참석했다. 같은 날 김 여사가 사실상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김 여사의 입장은 따로 알려지지 않았다.
김 여사의 칩거가 길어지는 이유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특검) 임명 법안인 이른바 '쌍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논란이 일었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쌍특검법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정쟁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윤 대통령은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1월 임시국회에서 쌍특검법 재표결을 놓고 여야가 또 치열한 정쟁을 벌일 전망이라, 김 여사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까지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김건희 리스크'로 규정하며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대통령실의 당혹감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원인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그간 만났던) 많은 분들이 특검은 악법이라는 부분에 동의하면서도 국민 여론이 70% 가까이 특검에 찬성하는 것은 이야기 못 할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두 다 그걸 알면서도 말을 못 할 뿐 김 여사에 대한 리스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9일 중진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던 비공개 중진연석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 재표결을 논의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과정에서는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정도의 방안이 거론됐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 관련 질문에 "대통령 비서실의 제2부속실 설치를 비롯한 여러 조치를 당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상민 의원도 지난 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털 필요가 있다"며 "특히 (김 여사가) 대통령의 부인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위해서라도 (특검) 하는 게 마땅하다. 사실이든 아니든, 드러난 것이 부풀려졌든 간에 그러한 것들이 나오게 된 것은 본인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관련 실무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전 정부에서 제2부속실이 설치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게 어떻게 운영됐는지, 우리와 비슷한 국력과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들은 어떻게 영부인에 대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그전부터 살펴보고 있었다"며 "그걸 토대로 만약 제2부속실을 설치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가장 적절한지 검토하고 필요할 때 후속으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실도 김 여사 리스크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테고, 김 여사가 활동하는 게 총선에 썩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총선 정국 때까진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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