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무전공 입학 확대, 혼란 없을까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
교육 정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알고 계신가요?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는 최근 교육 기사에 자주 쓰이는 단어의 의미와 관련 논란에 대해 교육부 출입기자가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대학 입학 정원의 30% 정도는 전공 벽을 허물고 입학시킨 후 전공 선택권을 주도록 하려고 한다.”
지난해 10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이야기입니다. 당시 이 부총리는 “대학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전공과 영역 간의 벽은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라며 “전체 대학에 가이드라인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교 입장에서 무전공 입학은 구미가 당기는 전형은 아닙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는 이유는 교육부가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내걸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이달 중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인데, 연구진 안에는 수도권대와 주요 국립대가 무전공 입학을 늘려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무전공 입학은 ①구분 없이 모집 뒤 대학 내 모든 전공(보건의료 등 일부 제외) 중 선택 ②계열·학부 등 광역단위로 모집 뒤 광역단위 안에서 선택하는 방식이 있는데, 수도권대·국립대는 ① 또는 ①+② 혼합 방식으로 일정 비율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안에 따르면 ①을 택한 대학은 2025학년도에 정원 내 모집의 5% 이상, 2026학년도에 10% 이상을, ①+②를 택한 대학은 2025학년도 20∼25% 이상, 2026학년도 25∼30% 이상을 이 방식으로 선발해야 합니다. 받을 수 있는 돈은 수도권대 76억원, 국립대 155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대학 입장에선 ‘돈줄’을 쥔 교육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총리는 대학 혁신은 자율성에서 나온다며 줄곧 ‘톱다운’ 방식은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무전공 입학은 정부 주도로 끌고 가는 인상이 강합니다.
융합의 취지는 좋습니다. 다만 배치표에 학과별 점수가 줄 세워지는 현실에서, 자유롭게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끌리는 학과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환상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무전공 입학이 정말 대학생들에게 온전한 진로 탐색 기회를 줄 수 있을까요?
입시업계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의 학과 정원이 수백명씩 변동되는 만큼 대입 지형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당장 8개월 뒤 수시 원서 접수를 해야 하는 예비 고3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총리는 대입 정책은 “수험생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킬러문항’ 논란으로 한 차례 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올해에는 수험생에게 혼란을 덜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