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스파링하자고 했다" '경비원 폭행' 촬영한 10대의 황당 해명

최은서 2024. 1.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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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학생이 60대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해 실신시키는 영상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자 영상을 찍어 올린 학생이 "스파링을 한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 글을 올렸다.

경찰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가 가능한 상해 혐의를 이들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 일부에서 상해에 해당하는 장면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씨는 폭행 영상을 올린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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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경비원 기절할 때까지 폭행
촬영 장본인 "난 말리러 간 것" 해명
경찰, 피해자 의사 상관 없는 상해 혐의 검토
10대 남성이 노인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는 장면. 해당 영상은 12일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10대 학생이 60대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해 실신시키는 영상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자 영상을 찍어 올린 학생이 "스파링을 한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 글을 올렸다. 경찰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가 가능한 상해 혐의를 이들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0시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상가 건물 안에서 10대인 A군이 건물 경비원인 B씨를 심하게 폭행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다. A군의 친구인 C군이 폭행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영상에서 A군은 B씨 얼굴을 잡고 공 차듯 발길질을 하거나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B씨는 팔과 다리로 A군을 막으려 했지만 계속되는 발길질에 결국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영상엔 C군 등의 웃음 소리도 담겼다.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자 C군은 14일 자신의 SNS 계정에 해명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C군은 "아니, XX 난 말리러 간 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비 아저씨분이 스파링을 하자고 (제안을 해서) 체육관을 찾다가, 다 (문을) 닫아서 지하 주차장 폐쇄회로(CC)TV 있는 곳에서 하자고 한 것"이라며 "(영상을) 찍으라고 하고 녹음도 켰다. 끝나고 잘 풀고 갔다"고 말했다. 폭행과 촬영 모두 B씨와의 합의하에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영상이 널리 확산된 건 고의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C군은 "휴대폰에 (영상) 저장이 안 돼서친친('친한 친구'의 준말로, 게시자가 선택한 일부 계정에만 게시물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올리고 바로 지웠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라며 억울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 당일 영상을 본 시민의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했다. A군은 현재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 예정인 학생이며 B씨는 상가 건물 경비원인 60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 "이미 A군으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재차 사과하겠다는 의사도 전달받아 (A군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A군에 대해 상해 혐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지만,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는다. 처벌 수위도 무겁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 일부에서 상해에 해당하는 장면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동의 없이 폭행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C군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B씨는 폭행 영상을 올린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 역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를 떠나 A군 일행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누리꾼은 "무차별 폭행을 했는데도 쉽게 합의가 되는 경험을 한 가해 학생이 나중에 다른 사람을 폭행하면 어떡하냐"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설령 스파링을 합의한 게 사실이더라도 상대방이 기절할 때까지 때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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